5년간 상품 5만개 상단 고정 배치
100위권밖 상품이 검색순위 1위로
적자 만회하려 의도적 조작 판단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상혁)는 쿠팡과 자회사 씨피엘비(CPLB)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쿠팡은 씨피엘비와 공모해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16만 회에 걸쳐 직매입 상품(자체 판매 상품)과 PB 상품(자체 브랜드 상품) 총 5만1300여 개에 대한 검색 결과를 상단에 고정 배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9월까지는 이들 상품의 기본 점수에 최대 1.5배의 가중치를 부여해 검색 순위를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씨피엘비와 협의해 순위 상승이 필요한 상품을 선정했다. 쿠팡의 검색 순위 운영 부서는 해당 상품을 최상위에 배치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같은 검색 순위 조정은 조직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100위권 진입도 어려운 다수의 상품이 검색 순위 1위에 상당 기간 고정 배치됐다. 실제로 검색 순위 최상위에 고정 배치된 일부 PB 상품의 경우 소비자 노출 횟수가 약 43%, 매출액은 약 76% 증가했다. 검찰은 쿠팡의 이 같은 행위가 타사 상품보다 자사 상품이 우수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쿠팡은 검색 순위가 판매 실적, 사용자 선호도, 상품 정보 충실도 등을 기반으로 ‘객관적으로 산출된다’고 소비자에게 안내해 왔다.다만 검찰은 일부 알고리즘이 고의적으로 검색 순위를 조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임직원들이 PB 상품 후기를 작성한 정황 역시 강제성이 입증되지 않아 이들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을 접수하고 쿠팡과 씨피엘비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 80여 명의 PC와 공유 드라이브를 포렌식해 약 30만 건의 내부 문건과 이메일, 10만여 개의 알고리즘 소스코드를 확보했다.
검찰은 쿠팡이 2014년부터 물류 및 배송 시스템을 확충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으나, 2018년까지 적자가 이어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19년부터 검색 순위를 의도적으로 조정해 온 것으로 봤다. 검찰 관계자는 “소비자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업체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검색 결과와 검색 순위 정보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을 통해 건강한 시장경제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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