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라는 발언이 나온 직후 정부가 식품업계에 대한 물가안정을 독려하고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식품·외식업계를 만나 치솟는 식품 물가를 놓고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13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한국식품산업협회, 한국외식산업협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소비자단체,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개별 식품 기업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만남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라면 가격이 높다는 것을 지적한 뒤 물가 대책을 주문하면서 진행됐다. 김 총리 후보자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현충원 행사 후의 시장에 가고 물가 문제와 라면값을 제기한 건 우발적인 게 아니다"며 "직장인들의 점심값이나 이런 문제가 너무 고통스럽다는 걸 잘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대책 간담회를 열어 토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총리실에 요청했다"며 "후보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물가 관리를 위해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한 정부 관계자는 농식품부 장관과 차관, 실장 등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첫 번째 총리 후보가 식품업계를 소집하면서 이번 만남의 무게감이 적잖다는 평가가 많다. 생활에 밀접한 식품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비 기준)은 1.9%를 기록해 5개월 만에 1%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가공식품 물가는 4.1% 치솟았다. 가공식품 물가는 두 달 째 4%대를 이어갔다. 초콜릿(22.1%) 비스킷(9.6%) 주스(8.8%) 커피(8.4%) 냉동식품(6.9%) 라면(6.2%) 아이스크림(5.3%) 등이 상승 폭이 유독 컸다. 지난해 12·3 계엄 직후 정치적 불확실성을 틈타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자 정부가 '군기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치솟은 원자재 가격과 오르는 원·달러 환율을 반영해 최소한의 인상을 추진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반영하지 않은 인건비·원자잿값 상승분의 일부만 가격에 반영한 것"이라며 "식품 기업들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가격을 무절제하게 올렸다는 일각의 인식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에 나서야 하는 정부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식품업체들의 경영 현실도 냉정하게 바라봐달라"고 덧붙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