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도입된 개인투자용 국채에 투자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기존에는 10년, 20년 등 만기가 긴 채권만 있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이달부터 5년물이 추가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절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투자한도도 1인당 연간 1억원에서 이달부터는 2억원으로 늘었다.
국가가 ‘망하지만’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정성이 개인투자용 국채의 매력이다. 이자소득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적용하지 않고 분리과세하는 세제혜택도 있다. 다만 투자 후 1년 뒤부터만 환매가 가능하고, 개인간에는 매매가 금지되는 등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투자가 가능한 금액만 투자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5년물 등장하자 ‘완판’
22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달 11~17일 진행된 3월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에 1561억원이 몰렸다. 발행예정 금액인 12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청약건수는 8444건으로 전월대비 42%늘었다. 개인투자용 국채에서 초과청약이 이뤄진 건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만에 처음이다.
청약을 흥행으로 이끈 건 이달부터 도입된 5년물 국채였다. 당초 정부는 5년물을 600억원어치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1151억원이 몰리면서 발행 금액을 790억원으로 늘려잡았다. 청약 경쟁률은 1.45대 1을 기록했다. 10년물, 20년물 등 장기국채에 대한 수요는 저조했다. 100년물은 당초 발행 계획인 500억원보다 적은 353억원 청약이 들어왔고, 20년물은 100억원을 예정했지만 57억원만 청약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지난해 6월 도입됐다.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의 중·장기적인 자산형성을 돕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국채 수요를 다양화해 더 낮은 금리에 국채를 발행하려는 의도도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에 투자하면 이자소득에 대한 배당소득세 14%(지방세 포함 15.4%)를 분리과세한다. 이자와 배당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높은 세율을 피할 수 있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표면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이를 연 복리로 적용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표면금리는 전월 국채 10년물과 20년물 낙찰금리를 적용한다. 가산금리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결정한다. 이달 발행된 5년물 국채 발행금리는 연 3.035%였다. 이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3년간 16.11%, 연평균 3.22%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자와 원금은 만기 때 한꺼번에 지급된다.
절세한도 2억원으로 늘어
안정성이 높은 국채에 투자하는 동시에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간 개인투자용 국채는 투자자 관심에서 멀어져있었다. 10년물과 20년물만 존재해 만기가 길다는 게 걸림돌로 꼽혔다. 지난해 6월 제도 도입 이후 첫 두 달을 제외하면 줄곧 청약이 미달됐다. 만기가 그나마 짧은 10년물을 중심으로만 자금이 유입됐다.
이달부터 5년물 개인투자용 국채가 도입된 것도 이런 배경때문이다. 만기까지 보유해야하는 부담을 줄여 투자수요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절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간 투자한도도 늘었다. 이전까지는 1인당 1년에 1억원까지만 개인투자용 국채를 살 수 있었지만, 2억원으로 바뀌었다.
자동청약 서비스도 도입됐다. 기존에는 투자자가 매월 초중순께 청약이 시작되면 직접 원하는 종목과 금액을 정해 매입 신청을 했다. 이달부터는 투자자가 종목과 금액을 미리 정해두면 일정 기간동안 자동으로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월별로 청약할 수 있는 기간도 3거래일에서 5거래일로 늘리고, 청약을 마감하는 시간도 기존보다 30분 늘어난 오후 4시까지로 변경했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최소 매입금액은 10만원이다. 10만원 이상 금액에 대해서도 10만원 단위로만 투자가 가능하다.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를 대행하는 미래에셋증권에서 전용계좌를 만들면 투자할 수 있다.
매달 발행해 적금처럼 투자 가능
개인투자용 국채는 1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발행되기때문에 적금처럼 투자할 수도 있다. 예를들어 다음달부터 5년동안 1~11월에 매달 5년물 국채를 100만원씩 사들인다면 5년 뒤부터는 1~11월에 원금과 이자를 합쳐 세전 기준 대략 116만1100원을 받을 수 있다. 연평균 금리가 가장 높은 20년물에 투자한다면 100만원을 투자했을 때 20년뒤부터 한 달에 돌려받는 금액은 187만8600원으로 늘어난다. 금리는 매달 변동되기 때문에 받는 금액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불리는 방법도 있다. 한 해 투자한도인 2억원을 개인투자용 국채 5년물에 투자하면, 3월 금리 기준 5년뒤 이자수익은 3222만원이다. 10년물은 7374만원, 20년물은 1억7572만원의 이자수익이 생긴다.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으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은 주의해야한다. 중도환매하면 연복리와 분리과세를 적용받지 못한다. 중도환매도 채권을 매입한지 1년 뒤부터 가능하다. 개인간 거래는 불가능하고, 정부에 환매 신청을 해야한다. 정부가 매달 환매 가능한 금액을 공지하면, 선착순으로 환매 접수를 받는 구조다. 지난 6월에 첫 판매가 이뤄진만큼 초기 투자자들은 오는 7월부터 환매할 수 있다. 개인간 소유권 이전은 상속이나 유증, 강제집행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담보대출이나 질권설정 등도 불가능하다. 환금성이 떨어지기때문에 만기까지 보유할 수 있는 장기투자 자금을 투자하는 게 적합한 상품이다.
나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