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차별에 못받은 연필, 82년만에 ‘한 다스’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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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비행기 날리기 1등 조무판씨… 일본인 담임 “넌 조선인이라 다 못줘” 상품인 연필 한 다스 아닌 한 자루만… 소식들은 日 전직교사, 11자루 보내 조씨 “소식 듣고 눈물… 응어리 풀려” 11일 일본인 퇴직 교사 와타나베 마사에 씨가 보낸 연필 11자루를 들어 보이는 조무판 씨.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일제강점기인 1944년, 일본 나고야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교내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에서 참가 학생 50명 중 1등을 한 1학년생은 상품인 ‘잠자리 연필’ 한 다스(12자루)를 받을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일본인 담임교사는 “너는 조선인이라 다 줄 수 없다”며 연필을 한 자루만 꺼내 줬다.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소년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는 “그냥 잊어버리라”고 했지만, 그날의 기억은 조무판 씨(88)가 여든을 넘기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런데 조 씨가 받지 못했던 나머지 연필 11자루가 긴 세월을 지나 최근 일본에서 날아왔다. 당시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본인 퇴직 교사가 뒤늦게 그의 사연을 접하고 선물로 보낸 것이다. 연필이 조 씨에게 닿기까지 한국과 일본의 여러 사람이 손을 보탰다. 1938년 나고야에서 태어난 조 씨는 현지에서 학교를 다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부모와 한국으로 건너왔다. 17세에 학도병으로 입대한 뒤에는 25년간 육군에서 정보통신 장교 등으로 복무하고 대위로 전역했다. 긴 세월 마음 한구석에 맺혔던 응어리가 밖으로 나온 것은 지난해였다. 조 씨의 회고록을 정리하던 육군정보통신전우회(통우회) 안철주 감사가 “그 응어리를 풀어주고 싶다”며 주한 일본대사관 등에 도움을 청한 것. 하지만 조 씨가 다닌 학교는 이미 사라졌고 이름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뜻밖의 답은 나고야에서 돌아왔다. 주나고야 한국총영사관이 조 씨가 다녔던 학교 등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소식을 접한 와타나베 마사에 씨(75)가 “내가 대신 연필을 보내고 싶다”고 나선 것. 영사관에 따르면 와타나베 씨는 3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17년 전 퇴직했지만 조 씨가 다닌 학교와 아무 관련이 없었다. 와타나베 씨의 소포는 영사관을 거쳐 6일 안 씨에게 도착했다. 상자 안에는 조 씨가 82년 전 받지 못한 연필 11자루와 연필깎이, 필통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최근 한국어를 배운다는 와타나베 씨가 직접 쓴 두 장짜리 한글 편지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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