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만족도 조사에서 부산이 도쿄·싱가포르를 꺾고 아시아 1위에 올랐다. K-쇼핑, K-콘텐츠 열풍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일본 여행 제한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실질적 경쟁력 향상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행·관광산업 전문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는 19일 '중국 관광객이 경험한 서울·부산: 아시아 주요 도시와 경험 구조 비교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홍슈에 게재된 여행 게시물 1만1270개(문장 45만7014개)와 중국 최대 OTA 플랫폼 씨트립의 중국어 리뷰 1만8694건을 분석해, 서울·부산·도쿄·오사카·방콕·싱가포르·하노이·쿠알라룸푸르 등 8개 도시의 '방문 전 기대'와 '방문 후 만족도'를 비교했다.
한일령 반사이익…"일시적 수요 증가에 낙관 안 돼"
중국관광연구원(CTA)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인 아웃바운드 여행객 수는 1억4600만명으로 팬데믹 이전(2019년 1억5500만명)의 94% 수준까지 회복됐다. 2025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48만명으로 태국·베트남을 추월했고, 홍콩·마카오를 제외한 아시아 실질 경쟁군에서 일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25년 12월에는 방한 중국인(39만4000명)이 방일 중국인(33만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를 한국 관광의 구조적 경쟁력 강화로 단정을 짓기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정부의 일본 대상 교류 제한 조치('한일령') 시행에 따른 반사이익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야놀자리서치는 "외부 변수와 무관하게 중국인들의 우선 선택 목적지로서 자생적 매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단기적 수요 증가에 낙관하기보다 이를 장기적 충성도와 재방문으로 전환할 정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샤오홍슈 분석에서 서울은 쇼핑 관련 언급 비중이 38.2%로 다른 요소를 압도했다. 상위 키워드는 면세점·브랜드·명동·페이백·가성비 등으로 목적형 소비 구조가 뚜렷했다. 도쿄 역시 쇼핑 비중이 43.0%로 높았지만 신주쿠, 시부야, 긴자 등 상업 공간 자체를 탐색하는 성격과 대비된다.
다만 K-콘텐츠가 기획사 중심의 팬덤 기반 방문에 치중돼 있어 이를 상시적인 물리적 체험 공간으로 전환하는 능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가 콘텐츠 IP를 공간과 상품 소비로 연결하고, 오사카가 글로벌 IP를 몰입형 테마파크로 전환하는 것과 달리 서울은 콘텐츠를 상시적인 물리적 체험 공간으로 전환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실제 만족도, 부산 1위·서울 5위…역사·문화 만족도는 최하위권
씨트립 리뷰 기반 전체 만족도(5점 만점)에서 부산은 4.723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4.710점)·도쿄(4.706점)·오사카(4.701점)가 뒤를 이었고, 서울은 4.676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부산은 관광지 수(24개)와 리뷰 수(1492건) 모두 서울(40개·2111건)·도쿄(43개·3542건)보다 훨씬 적은데도 1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부산의 경쟁력이 자원의 양이 아니라 경험의 집중도와 완성도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부산이 4.743점으로 1위, 서울은 4.690점으로 4위에 올랐다. 반면 역사·문화 분야에서는 서울(4.588점)과 부산(4.615점)이 각각 8위·7위로 최하위권에 그쳤다. 서울은 익선동 한옥마을(4.929점)·북촌한옥마을(4.818점)이 높은 평점을 받았지만, 경복궁·덕수궁 등 주요 궁궐이 전체 평균을 끌어내리는 구조다. 전통 공간에 현대 생활문화를 결합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만족도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자원의 시대 지나…경험 설계력 관건"
야놀자리서치는 서울에 대해 K-뷰티를 피부관리, 퍼스널 컬러 진단, 메이크업 클래스 등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고도화하고 K-콘텐츠는 팬덤 방문을 넘어 몰입형 공간 경험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산은 항구도시, 피란수도, 영화도시라는 고유 역사 서사를 체험형 콘텐츠로 전환하고 경주·거제·통영 등과 연계해 광역 관광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관광 경쟁력은 자원의 단순 보유가 아니라 자원을 어떻게 여행자의 기억 속에 각인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며 "부산은 해양 자원을 참여형 경험 콘텐츠로 다각화한 매우 의미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글로벌 관광 경쟁의 패러다임은 이미 무엇을 보유하고 있는가에서 어떤 경험을 설계하고, 어떻게 체감하게 만드는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서울-부산 고속철도(KTX) 축을 전략적 관광 루트로 삼아 서울의 K-컬처·쇼핑 소비 경험과 부산의 해양·휴양 체험을 하나의 대한민국 대표 관광 코스로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한국은 단일 도시 목적지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복합 경험 관광 국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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