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부동산 통계조작 최소 102회…맘 안들면 “사표 내시죠”

2 days ago 2

감사원, 청와대 등이 부동산원 압박한 사례 공개
‘집값 보합’ 보고하자 “협조 안하면 조직-예산 날린다”
아직 발표도 안한 부동산정책 효과 ‘先반영’ 요구도
국토부 사무관 “위에서 그러는데 방어 안된다” 토로


“폭주를 하네요”
“갑질 시전”
“최근엔 대놓고 조작하네요”

매주 주택가격 변동률을 조사하는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직원들은 2020년 11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이런 얘기를 나눴다. 국토교통부가 김포 지역의 집값 상승률 통계를 낮추라고 지시한 뒤의 일이었다. 부동산원은 매주 금요일 한 차례만 주택가격 변동률을 발표하고, 통계법상 이 내용을 사전에 타인에게 제공해선 안된다. 하지만 부동산원은 당시 청와대와 국토부의 요청에 따라 공식 발표 전의 통계를 미리 보고했다. 이 통계를 본 국토부가 “김포 0.98%가 뭡니까”라며 상승률을 낮추라고 압박을 가했다는 것.

17일 공개된 감사원의 감사결과 보고서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토부가 2018~202년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압박을 가한 정황이 상세하게 담겼다. 당시 정부가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부동산원의 통계를 최소 102회 조작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결론이다. 앞서 감사원은 김수현·김상조 전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에 대해 수사요청했고 이들을 비롯한 11명은 현재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 국토부 사무관 “위에서 얘기하는데 방어 안된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에 집값 변동율 통계를 사전에 제공해달라고 요구한 건 첫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둔 2017년 6월 무렵부터였다.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이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에게 “지금 엄중한 상황이고 집값이 오르면 비판이 많을 수 있으니 (매주) 화수목 조사된 내용을 받아보면 어떻겠느냐”고 지시했다는 것.

청와대와 국토부는 이렇게 사전에 제공받은 통계가 전주 대비 상승 추세인 것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재검토하라’거나 ‘현장점검하라’며 수치를 낮추도록 압박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2018년 1월엔 양천구 목동 등의 집값이 급등하자 청와대 파견 행정관이 국토부 사무관에게 “시장을 똑바로 보고 있는 거냐. 수치가 잘못됐다”며 재검토를 지시했고, 국토부 사무관은 부동산원에 “위에서 얘기하는데 방어가 안된다”며 재점검을 부탁했다. 이후 부동산원은 양천구의 집값 주간 변동률을 기존의 1.32%에서 0.89%로 내려서 발표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아직 발표도 하지 않은 부동산대책의 효과를 반영하라면서 부동산원을 압박한 사례도 파악됐다. 2018년 8월 주중 서울 아파트 값이 전주 대비 0.67% 올랐다는 통계가 보고된 뒤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은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7월에 발표한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구상을 보류하든지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고 박 시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청와대 주택도시비서관실은 국토부에 전화를 걸어 여의도·용산 개발 보류와 준비 중인 8·27 대책의 효과를 아파트 값 통계에 반영시켜 달라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작성 책임자는 현장에서 아파트값 조사를 하는 서울 4개 지사장들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정부가 추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해 확정지(통계)를 ‘재점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세요”라고 했다. 최종적으로 청와대와 국토부에 보고되고 공표된 아파트값 상승률은 0.45% 수준이었다.

● 부동산원 관계자 불러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 날릴 것”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놨던 30여 차례의 부동산대책 발표 전후로는 부동산원을 향한 압력이 더 노골화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9년 6월 정부의 ‘9.13 대책’ 발표 이후로 31주간 이어진 하락세가 보합(0%)으로 보고되자 부동산원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유지하도록 요구했다. 결국 부동산원은 ‘하락세 지속’이라는 사실과 다른 보도자료를 냈고 한주 뒤에야 ‘보합 전환’이라는 자료를 냈다. 그런데 이 자료를 본 국토부 과장은 부동산원 실무진을 불러 “협조하지 않으면 부동산원 조직과 예산을 날리겠다”고 협박했다. 국토부의 고위 관계자는 2019년 8월 김학규 당시 한국부동산원장을 사무실로 불러 “원장님 사표내시죠”라고 말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문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취임 2주년을 앞두고는 청와대 주관으로 시장점검회의를 열어 집값 통계를 조작한 정황도 포착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회의에서 “강남지역은 호가도, 신고 실거래도 반영말라”며 “부동산원 통계가 민간통계보다 절대 먼저 상승 전환되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 총선을 앞뒀던 2020년에는 청와대와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거의 매주 현장점검을 지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그 결과 10개 시구의 집값 변동률이 최저 0.01~0.19%p 수준으로 하향조정 됐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2021년 4월 무렵에는 서울지역의 집값 변동률을 전주보다 확대된 0.07%로 보고한 부동산원 관계자에게 “넘 높은데요 6까지만 가야 할 것 같은데”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줬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1년 6월에는 서울 지역의 변동률을 전주보다 확대된 0.13%로 보고한 부동산원에 “0.13…. 하나만 가시죠. 살려주세요 쫌”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한국부동산원은 12차례에 걸쳐 사전에 통계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0년 8월 부동산원 관계자는 회의에서 사전 통계자료 제출을 잠정 중단해달라고 했지만 김상조 전 정책실장으로부터 “주간 조사를 폐지하면 부동산원 예산이 없어질텐데 괜찮겠냐”는 말을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청와대 내부에서 통계 왜곡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청와대 행정관들은 2020년 11월 서울지역 전세가격 변동율이 전주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고되자 “다음주는 마사지좀 해야 되는거 아녀?” “저희는 그간 계속 마사지 해와서 이제 올리나 봅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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