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차 체포영장]
경찰, 최상목 대행 체포 반대 뜻에도… “우리는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
수도권 광수단 등 책임자들 회의… 일각 “처장 사직에 전략 수정 불가피”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 시도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의 전격 사직에 이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현 상황을 “공수처와 경호처의 극한 대립”이라며 사실상 대통령 체포에 반대 뜻을 밝혔음에도 2차 체포작전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공조본 관계자는 이날 오후 최 권한대행 메시지 발표 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하던 대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최 권한대행의 말은 (윤 대통령) 수사에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에는 수도권 광수단 등 수사 책임자들이 집결해 회의가 열렸다. 형사기동대장, 마약범죄수사대장 등 각 수사단의 지휘관들이 참석해 약 2시간 동안 경호처 직원들에 대한 현행범 체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 체포는 공수처가, 경호처 체포는 경찰이 주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경찰 관계자는 이날 관저 인근 답사에 나섰다. 경찰이 앞서 8일 수도권 4개 경찰청에 안보·광역 수사 기능 수사관을 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수사관 1000여 명이 대통령 체포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공조본은 장기전도 검토하고 있다. 1차 체포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현장 거점을 만들어 ‘장기 공성전’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조본은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까지 윤 대통령 관저 앞에 텐트 등을 차리고 수사 인력이 투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3일 1차 체포 시도 당시 공조본은 착수 5시간 30분 만에 안전 문제를 이유로 철수했고, 이후 “너무 빨리 철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2차 시도에서는 경호처 인력을 현장에서 한 명씩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새로운 방법을 쓰기 위해 장기전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박 처장 사직, 최 권한대행의 메시지 등으로 공조본 계획도 일부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초 공조본은 박 처장이 경찰 조사에 불응한다는 것을 전제로 ‘체포영장 청구→신병 확보→경호처 지휘력 약화→대통령 체포’ 수순의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 처장이 예상을 깨고 스스로 경찰에 나온 데 더해 사직까지 했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사직서 제출 등은 결국 체포작전 흔들기” “사직으로 박 처장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가 중요해지지 않게 됐다”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로 예정된 김성훈 경호차장(경호처장 직무대행)의 출석이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윤 대통령 2차 체포 전략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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