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으로 국내산업 피해 인정
최대 18.52% 관세 부과 요청
현대제철, 중국산 후판 이어
中·日등 수입산 열연강판도 제소
반덤핑 조사신청 10년만에 최대
10건 중 9건은 철강·석유화학
정부가 중국·대만산 석유수지에 대해 최대 18.52%에 이르는 잠정 덤핑방지관세(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대만산 석유수지 덤핑 수입으로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기획재정부 검토 이후 중국산 석유수지에 4.45∼7.55%, 대만산에는 7.07∼18.52%의 잠정 덤핑방지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중국산 저가 공세의 여파로 철강과 석유화학 업계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입산 열연강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다. 이번 제소 대상에는 중국, 일본산 열연강판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열연강판은 제철소에서 쇳물을 얇게 가공한 반제품 형태의 강판을 말한다. 자동차 제조용 강판, 건축용 철근, 컬러강판, 강관 등 다양한 철강으로 가공할 수 있는 기초 제품이다. 용광로가 있어야만 제조할 수 있어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주축이 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산 철강재가 저렴한 가격에 유입되면서 국산 열연강판의 경쟁력은 약화하는 추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열연강판(스테인리스 제외) 수입량은 2020년 290만t에서 지난해 390만t으로 4년새 30%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연간 수입량도 300만t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기준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의 수입 비중은 99%를 보였다. 최근 시가 기준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의 가격은 국내산과 비교해 10% 정도 낮다.
최근 글로벌 공급과잉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첨단기술 경쟁 심화로 세계적으로 무역구제조치는 증가 중이다. 올 한해 무역위원회에 신청된 피해 조사 건수도 덤핑은 10건으로 최근 10년 동안 최대, 지재권 침해 등 불공정무역행위는 14건으로 1992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피해는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기업이 무역위에 피해 조사를 신청한 건수는 2022년엔 4건, 지난해에는 2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9건으로 급증했다. 현재 정부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 중인 22개 품목 중 절반은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이다.
무역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를 통해 국내 산업 피해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무역위는 중국·대만산 석유 수지에 이어 중국산 저가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에 대해서도 잠정 반덤핑 관세 적용을 검토 중이다. 통상 덤핑 제소부터 최종결론까지 1년 이상 걸리지만 잠정 덤핑방지 관세가 부과되면 그 기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무역당국은 보조금 상계관세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유럽연합은 중국산 전기차 유입 억제를 위해 보조금 상계관세를 부과하는데, 중국의 BYD(비야디)의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 무역당국은 보조금 등 부당한 상대국의 산업정책을 문제삼아 상계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없다.
다만 상계관세 관련 조사는 피해를 주장하는 국내 기업의 신청을 전제로 한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만큼 실제 조사 신청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병내 무역위원회 상임위원은 “내년 글로벌 공급과잉은 국내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어 무역위원회는 수입물품의 저가공세, 무역에 따른 지재권 침해 등으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고 공정한 무역질서 확립을 위해 앞으로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적극 건의할 계획”이라며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나아가겠다”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