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외교, 트럼프 2기 첫 통화
왕이, 아랫사람에 쓰는 표현 사용
루비오 “中 강압적 행동 우려”
24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처음 통화하면서 훈계조의 4자 성어를 사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고율 관세 부과 등 강도 높은 대중 견제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일종의 기선 제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2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주임은 루비오 장관과의 통화에서 “대국은 대국답게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당신(루비오 장관)은 ‘스스로 알아서 처신(好自爲之·호자위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왕 주임의 ‘호자위지’ 표현에 대해 “아랫사람에게 예의에 맞게 행동하라고 경고하는 중국식 표현”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잘 알아서 행동하라(conduct yourself well)”는 의미로 번역했다. 앞서 지난해 3월 한국 외교부가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중국―필리핀 간 물대포 충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 중국 정부는 “분위기에 휩싸여 덩달아 떠들지 말라”며 호자위지 표현을 사용했다.
일각에선 왕 주임이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소수민족의 인권 탄압 문제를 비판한 이유로 2020년 중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루비오 장관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25일 소셜미디어 계정인 위위안탄톈(玉淵譚天)을 통해 “루비오 장관이 반중 행태를 계속 이어간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감수하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세계화센터의 왕쯔천 연구원은 AP에 “모호한 표현 덕분에 경고를 전달하며 외교 교류에 필요한 예의도 지킬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가 중국어 발표문을 내놓고 한참 뒤 영문 발표문을 올려 중국 관영매체와 외신이 호자위지를 제각각 번역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홍콩 인터넷 매체 펑황왕(鳳凰網)은 전했다. 다만, 미 국무부 발표 자료엔 이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다.이날 루비오 장관과 왕 주임은 그간 미국과 중국이 큰 견해차를 보여온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왕 주임은 “중국은 절대로 대만의 분리독립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강압적 행동을 포함해 역내 우려를 표명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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