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심(USIM)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SK텔레콤(SKT)에 신규 가입 중단을 행정지도하면서 SKT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반면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반사이익이 점쳐지는 다른 통신 경쟁업체를 비롯해 보안 업체와 유심 제조 업체들 주가는 줄줄이 강세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K텔레콤 주가는 1.1% 내린 5만3700원으로 장을 끝냈다. 지난달 28~29일 각각 6.75%, 0.93% 밀린 주가는 30일 1.69% 올라 약세를 끊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1일 정부의 신규 가입 중단 행정지도 소식을 소화한 뒤 열린 2일 증시에서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수급을 보면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하다. 기관과 외국인은 지난 22일부터 전날까지 각각 1410억원, 30억원 매도 우위이고 개인 홀로 1353억원 매수 우위다,
증권가도 현 시점에서 저가 매수를 추천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가입자 유출도 적지 않은 상황이고 추후 과징금 불확실성 리스크(위험)도 있어서 당분간 주가 측면에선 센티멘털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대규모 해킹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표정관리 중인 회사들이 있다. SK텔레콤 사태로 반사이익이 점쳐지는 곳들이다.
전날 알뜰폰 사업자인 세종텔레콤은 10.51% 뛴 3785원에 장을 마쳤다. 알뜰폰 LG헬로모바일 운영사인 LG헬로비전(6.46%)을 비롯해 아이즈비전(5.72%), 인스코비(5.32%)도 상승했다. 정부가 SK텔레콤에 대해 '신규 가입 잠정 중단'을 발표한 직후의 움직임이다.
전날 정부는 SK텔레콤에 대해 유심 공급이 안정화할 때까지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회사가 이달까지 확보하기로 한 유심 물량이 600만개로 전체 가입자 유심 교체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교체에 써야 할 유심을 새 가입자 개통을 위해 쓴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당국이 직접 초강수를 둔 것이다.
해킹 사태로 알뜰폰 이용이 증가세를 나타낸 점도 투자심리 개선에 일조했다. SK텔레콤의 무료 교체 유심 물량이 부족해지자 가입자들이 통신사를 옮겨 편의점에서 유심을 산 뒤 알뜰폰을 '셀프 개통'하는 사례가 느는 것이다. 교체할 유심을 못 구했다든가, 이번 사태로 아예 알뜰폰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실제 주요 편의점에서 알뜰폰 유심 매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CU에 따르면 유심 해킹 사태로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유심칩 매출은 직전주 대비 205.3% 급증했다. 이마트24도 이 기간 유심 매출이 직전주보다 84.2% 늘었다.
이동통신 시장 2, 3위인 경쟁사들도 웃었다. 회사는 지난달 28, 29일 이틀 동안에만 7만명 규모 가입자가 순감했는데, 여기에 신규 가입자까지 받지 못하게 되면서 당분간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다. 이동통신 시장 2, 3위인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3.28%, 1.41% 상승해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KT는 5거래일째, LG유플러스는 4거래일째 상승이다.
한솔인티큐브(10.66%)와 유비벨록스(2.94%) 등 유심주도 뛰었다. 이번 해킹 사태와 관련해 유심 교체 대상자는 SK텔레콤 가입자 2300만명과 SK텔레콤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187만명을 합해 2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수백만 개 유심이 교체되면서 유심 물량 부족 문제가 대두되는 만큼, 유심 제조·유통사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단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과 시장의 날 선 반응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선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SK텔레톰의 가입자 신뢰 회복까진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