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최대 15기가와트(GW) 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구축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한다. 투자금액이 약 1000조원에 달하는 SK그룹 차원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이를 진두지휘할 SK텔레콤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글로벌 수요를 선점하고 한국을 ‘아시아 AI 허브’로 자리매김시킨다는 구상이다.
◇1GW당 70조 ‘초대형 투자’
SK텔레콤은 오는 2035년까지 최대 15GW에 달하는 AI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짓는다고 5일 밝혔다. 우선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에 짓는 100MW(0.1GW)급 1호 AIDC가 내년 중 가동된다.
SK텔레콤은 이를 포함해 영남권에 2GW규모 AIDC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수요를 끌어들일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어 서남권에서도 1GW를 추가 구축하는 등 2029년까지 5GW 규모 AIDC를 단계적 가동한다.
SK텔레콤의 최종 목표는 2035년까지 최대 15GW 규모의 AIDC를 국내에 순차 구축하는 것이다. 블룸버그NEF가 전망한 2035년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 용량 78GW의 약 20%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다. 투자 금액 또한 천문학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과 건설 비용 상승으로 통상 AIDC 1GW당 약 70조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간다. 15GW는 산술적으로 1000억원이 넘는 투자가 필요하다.
SK텔레콤은 자체 투자 외에 전략적 파트너 유치, 고객사 장기 계약, 프로젝트 파이낸싱, 계열사 투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AI 인프라 수요와 투자 환경을 고려하면서 자금 조달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시대 핵심 풀스택 기업 도약”
SK텔레콤을 중심으로 SK그룹이 이 같은 막대한 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은 AIDC를 경부고속도로 건설, 초고속 인터넷 구축에 이은 한국의 세 번째 초대형 혁신 인프라 투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최강자로 도약한 SK그룹이 인프라까지 선제 구축하면 AI 시대 핵심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세계적인 AIDC 공급 부족과 비교적 양호한 국내 전력 공급 여건을 고려했을 때 승산 또한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AIDC 수요는 매년 19~22% 증가하는 데 비해 전력과 용수 부족 등으로 공급은 제한되고 있다. 이 때문에 2030년 미국에서만 약 15GW의 AIDC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핵심 부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데다,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전력원이 있어 AIDC를 빠르게 건설할 수 있다. 글로벌 AI 인프라 수요를 유치하고 아시아 내 AI 인프라 허브로 발돋움하기에 손색이 없는 입지라는 분석이다. SK그룹 또한 반도체, 배터리 등 산업에서 쌓은 대형 인프라 운영 경험을 AIDC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룹 내에서 ‘AI 인프라 설계자’ 역할을 맡아 설계·구축·운영을 총괄하게 된 SK텔레콤은 AIDC 프로젝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기조, 전력 수급, 핵심 입주사 확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며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AIDC는 한 번 유치한 고객사들이 쉽게 떠날 수 없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수요 선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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