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반려견 산책, 기준이 있나요? 산책과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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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개 수리는 14살의 소형 믹스견이다. 매일 네 번씩 산책하며 3시간 가까이 밖에서 보낸다. 나로선 힘이 드는데, 할매 수리는 힘든 기색이 없다. 산책 가이드라인들은 반려견의 크기와 나이, 품종에 따라 산책 횟수와 시간을 조절하라지만, 수리는 그런 숫자 따위는 개나 주란다.

(일러스트 프리픽)

(일러스트 프리픽)

칼로리 소모 빠른 소형견은 짧게 자주

먼저 덩치로 보자. 체중 10kg 미만의 소형견은 에너지 대사율이 높아 칼로리를 빨리 태운다. 일반적으로 체중 1kg당 110kcal를 소비한다. 이에 비해 몸집이 큰 대형견은 대사율이 낮아 체중 1kg당 60kcal를 소비하는 데 그친다. 따라서 소형견은 짧게 자주, 대형견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산책하는 것이 적절하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중소형견은 하루에 30~60분을 들여 3~5km 거리를 산책하면 좋고, 지구력이 좋은 대형견은 하루 1~2시간씩 5~8km 정도는 걸어 줘야 한다.

노견은 하루 두세 번 가볍고 짧게

나이는 반려견 활동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연령에 맞게 산책 시간을 조절해야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1살 미만의 강아지는 에너지는 넘치지만 성장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뼈와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5분씩 하루 두세 번 산책하는 것이 좋다. 1~7살 성견의 산책 시간은 이보다 길다. 체력이 절정에 달해, 하루 1시간 이상 충분한 산책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시켜 주어야 한다. 7살 이상의 노견이라면 하루 20~30분씩 두세 번에 걸쳐 가볍게 산책해야 관절과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수리에게는 달나라만큼이나 거리가 먼 이야기지만 말이다).

단두종은 같은 나이대보다 30% 짧게

품종별로도 산책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잭 러셀 테리어는 소형견이지만 테리어 종의 특징에 따라 높은 활동량을 자랑하므로 최소 1시간 이상은 산책을 해야 한다. 체중 30kg에 근육질 몸매를 가진 아메리칸 불도그는 어떨까. 대형견이라도 단두종(주둥이의 길이가 두개골의 3분의 1이 안되는 종)은 호흡기 문제가 있어 장시간 산책은 피해야 한다. 비슷한 나이의 대형견을 기준으로 산책 시간을 30% 정도 줄이는 것이 좋다.

사실 여기까지는 ‘표준’이라고 제시된 내용이다. ‘최소 이 정도’는 권장한다는 말이고, 실제로는 반려견의 성향과 건강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수리는 14살이지만 나이에 비해 다리 근육이 좋고 심장도 잘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나도 그만 투덜거리고 수리의 노익장에 감사하며 열심히 산책 수발을 들어야겠지.

[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일러스트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64호(25.01.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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