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 씬에는 오랫동안 전설처럼 전해지는 모델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역시에어 조던 1 브레드다. 강렬한 검정과 빨강의 컬러 조합은 발매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조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그런데 이 신발이 신화 같은 존재가 된 이유는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다. 이 한 켤레 안에 농구, 반항, 패션이란 키워드를 광고 마케팅의 문법으로 한꺼번에 담았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NBA와 반항적인 루키의 충돌
1984년, 신인 마이클 조던이 에어 조던 1 브레드를 신고 NBA 코트에 등장했고, 리그는 그 신발에 경기당 5000달러의 벌금을 매겼다. 그런데 나이키는 그 돈을 기꺼이 대신 내주며 조던에게 계속 신으라고 했다. 많은 사람은 오랫동안 에어 조던 1 브레드의 서사를 이렇게 믿어왔다. 이보다 더 완벽한 반항의 서사가 스니커즈에 있을 수 있을까. 문제는 이 이야기가 거짓은 아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도 완전한 진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NBA는 지금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리그였다. 이른바 유니폼 통일성에 관한 규정이 있었는데,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신발은 최소 51%는 흰색이어야 했고 팀 컬러와도 조화를 이뤄야 했다. 하지만 신인 마이클 조던에게 나이키가 건넨 신발은 소속팀 시카고 불스와 같은 검은색과 빨간색으로만 뒤덮여 있었다. 즉 NBA가 문제 삼은 건 에어 조던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니라, 규정에 어긋나는 튀는 색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나이키에서 브레드 모델을 마케팅할 때 'Banned'(금지된)라는 키워드를 사용한다. 사실 NBA 사무국은 "단지 저 색은 너무 튄다, 다른 색으로 바꿔라."라고 말했을 뿐인데, 나이키는 그 말을 보수적인 NBA가 신인 조던을 막으려 한다는 메시지로 번역했다. 조던 1 브레드 신화 속 이야기는 규범화된 드레스코드와의 충돌이었지만, 나이키는 이를 신인 선수의 제도권에 대한 반항으로 해석한 것이다.
가려진 주인공 에어 쉽(Air Ship), 마케팅의 시작
그리고 이 신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반전이 등장한다. NBA가 경고한 그 신발이 정말 에어 조던 1이었느냐는 것이다. 1985년 2월 25일, NBA 부총재 러스 그라닉은 나이키의 마케팅 책임자 롭 스트라써(Rob Strasser)에게 보낸 서한에서, 1984년 10월 18일 마이클 조던이 신은 검고 붉은 나이키 농구화가 리그 유니폼 규정을 위반했다고 통지했다. 그런데 정작 이 편지에는 모델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문제가 된 신발은 우리가 연상했던 에어 조던 1이 아닌 나이키 에어 쉽(Air Ship)이었다. 당시 나이키는 야심 차게 계약한 최고 기대주를 위해 에어 조던 1이라는 시그니처 신발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실제 경기에서 바로 착용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 있게 개발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기존 에어 쉽 모델에 검은색과 붉은색을 입히고, 여기에 윙스 로고를 더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즉 브레드라는 신발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완성된 신화라기보다, 혼란스러운 과도기를 상징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신인 마이클 조던의 스타성, 보수적인 리그 규정, 그리고 나이키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한꺼번에 얽힌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는 건 깔끔하게 기획되어 탄생한 상품 보다, 혼란 속에서 태어나 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상품들이다.
여기에, 조던이 정규 시즌 내내 벌금을 맞아가며 브레드를 고집했다는 이야기도 만들어진 전설이다. 실제로 나이키가 벌금을 대신 납부했다는 기록은 없다. 오히려 조던은 여러 모델과 컬러를 바꿔가며 신었다. 그가 정규 시즌 경기에서 처음 착용한 에어 조던 1은 1984년 11월 17일 필라델피아전에서 신은 시카고 컬러였다. 에어 조던 1 브레드는 1985년 올스타 주간의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만 착용했다. 단지 이 대회에서 탄생한 NBA를 지배할 신인의 예술적인 덩크 장면 덕분에 대중의 기억 속에는 더욱 상징적인 컬러로 각인된 것이다.
즉, 우리가 머릿속에 가진 브레드의 이미지는 신인 마이클 조던이 보수적인 NBA 규정과 정면으로 맞서며 코트를 누비던 전투화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과 관련된 불온한 장면을 가지고 만들어낸 영화적으로 편집된 기억이다. 대중들은 이 영화적인 서사로 구성한 마케팅 서사 속에서 브레드를 신화 같은 존재로 받아들인 것이다.
규제를 욕망으로 치환하다
여기에 브레드를 신화 같은 존재로 만드는 진짜 한 방이 등장한다. 대다수의 브랜드는 리그의 복장 규정 위반에 대한 경고장을 골칫거리로 받아들였겠지만, 나이키는 그것을 광고 카피의 아이디어로 재해석했다. 그들은 TV 광고에서 조던의 발에 신겨진 조던 1 브레드 위로 커다란 검열 마크를 찍어버리며 이렇게 말했다.
“10월 18일, NBA는 이 신발을 게임에서 퇴출시켰습니다(Banned). 하지만 다행인 건, NBA가 당신이 이 신발을 신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실제 NBA가 한 말은 색을 바꾸라는 것이었지만, 나이키는 그 조치를 '금지된 신발'이라는 도발적인 언어로 치환했다. 이 작은 규정 위반은 곧바로 반항의 상징으로 번역됐고, 이후 에어 조던 1의 판매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1985년 4월 1일 발매한 에어 조던 1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2,9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1억 달러를 돌파하는 데에도 9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조던 1 브레드의 이야기는 '모두 사기였다'도 아니고, '광고가 100% 사실이었다'도 아니다. 시작은 에어 쉽이었지만 기억의 주인공은 에어 조던 1 브레드가 되었다. 즉 브레드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광고 마케팅과 욕망이 하나로 혼재된 문화적 성배가 됐다.
스니커즈 문화가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니커즈는 단순히 신발을 착용하는 일이 아니라, 가장 멋지게 편집된 이야기를 발에 올리는 일이다. 그래서 실제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대중은 에어 조던 1 브레드를 금지의 아이콘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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