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 삼전닉스發 성과급 리스크 재계 강타
현대차 사무직끼리 노조 추진
직군 이해관계 따라 '헤쳐모여'
한탕주의 속 노노갈등 더 커져
노봉법 여파에 하청업체 가세
불황 철강업계도 성과급 요구
임금격차 커지며 中企는 허탈
국내 최대 고용기업인 삼성전자의 임금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재계는 '이익 N% 성과급'이라는 메가톤급 태풍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자동차, 조선, 정보기술(IT) 기업 노조는 물론이고 불황에 시달리는 철강 업계에서까지 고액 성과급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노사가 사업 성과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명문화하는 선례를 남기며 고액 성과급이 올해 다른 기업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경영난 가중, 노사 갈등뿐 아니라 기업 투자 여력까지 고갈시킬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요구도
당장 기업 전방위에서 비슷한 요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전 종업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조364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니, 3조1094억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셈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요구하며 다음달 사측과 협상에 들어간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에서도 성과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IT 업계도 판박이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파업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 절차를 밟으며 타협점 모색에 나섰지만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카카오가 N% 성과급에 합의하면 다른 IT 업계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빗발칠 공산이 크다. 카카오 측은 "인건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플랫폼 기업 특성상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은 투자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철강 업계는 극심한 불황인데도 성과급 인상 요구를 받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성과급을 지난해 대비 150%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이날 임단협 시작과 함께 파업에 대비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올해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면 강도 높은 쟁의행위에 돌입하겠다며 사측을 압박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값싼 중국산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건설 등 전방 산업마저 침체돼 이익이 급감한 상황"이라며 "미래 투자금 마련조차 벅찬 시기에 노조가 무리한 임금 인상과 파업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은 철강 생태계 자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별 직군 이해관계에 따라 '헤쳐 모여' 방식으로 노조가 결성되며 노노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현대차에선 삼성 성과급 사태 이후 박사급 연구원 사이에서 사무·연구직 노조를 결성해 개별 목소리를 내자는 노조 분화 움직임이 일었다. 비슷한 기류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면 직원은 물론, 노사 관계에서 갈등 수위가 더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협력업체까지 성과급 분배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커질 전망이다.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 시행으로 하청이 원청과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교섭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교섭이 지연되고 노조와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짙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노봉법 등 친노조 성향 법안이 잇달아 시행되며 올해 교섭이 어느 때보다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증시가 급등하면서 늘어난 주주들과 성과를 어떻게 배분해야 할 것인지도 숙제로 떠안게 됐다.
◆ 이중구조 심화에 생산성 '흔들'
연봉 '한탕주의'와 상대적 박탈감에 생산성 저하 현상은 불가피하다. 한 중견 기업 직원은 "이제 성과로 보상을 받기보다 파업을 볼모로 버티면 된다는 '학습 효과'가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단협에 답답함을 호소하며 태업에 나서거나 회사는 적당히 다니고 이직을 준비하겠다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나 대기업·중소기업 간 소득 차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국가데이터처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규직 근로자 임금총액은 월 457만원으로 비정규직(192만원)보다 265만원 높아 역대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2017년 186만원 이후 꾸준히 벌어지다가 2020년 처음으로 200만원(207만원)을 넘어선 뒤에도 차이가 계속되고 있다.
고질적 'K자' 임금 격차와 더불어 중소기업 박탈감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성과급은 고사하고 고유가·고금리 등 경영 활동 난제에 봉착한 상태에서 월급 차이까지 더 벌어지면서다.
중소기업 직원 A씨는 "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엔 노력만으로 채울 수 없는 자산 격차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며 "청년층도 큰 성과급을 주는 대기업만 지원하게 되니 중소기업은 좋은 인재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수억 원씩 받은 대기업 직원들 관심이 지역 부동산에 몰리면 집값이 올라 내 집 마련은 더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환 기자 / 이동인 기자 / 강영운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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