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21~24일 ‘라 보엠’
국제대회 휩쓴 소프라노 서선영·황수미
20·30대 젊은 성악가들과 한 무대에
지난해 퀸 콩쿠르 우승 김태한도 캐스팅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해 첫 제작
“청춘 일기 한 페이지 읽는 것처럼 연출”
서울시오페라단이 이탈리아 거장 푸치니의 3대 걸작 ‘라 보엠’을 이달 21~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가난하지만 낭만을 즐기며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중 하나다.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39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라 보엠’ 프로덕션이며, 국내 실력파 MZ세대(1981~2010년생) 성악가들이 주축을 이룬다.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박혜진 단장은 “올해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대작 프로덕션이 나오고 있지만, ‘라 보엠’은 추운 바람이 불 때 서정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가장 인기 있는 푸치니 작품을 통해 젊은 성악가들을 소개해드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크리스마스이브, 낡은 아파트에 모여 사는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은 다락방의 뮤즈이자 병들어 숨을 거두게 되는 여주인공 미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출신인 소프라노 서선영(40)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출신인 소프라노 황수미(38)가 번갈아 맡는다. 미미의 연인이자 가난한 시인 로돌포 역은 테너 문세훈(40)과 김정훈(36), 친구이자 화가 마르첼로 역은 바리톤 이승왕(42)과 김태한(24)이 각각 연기한다.
극중 예술가들만 젊은 게 아니라 실제 출연자들도 혈기왕성하다. 팀내 최고령자에 속하게 된 베테랑 서선영은 “젊고 실력이 출중한 동료들에게서 새로운 힘을 얻고 있다”며 “관객분들도 일상 혹은 과거의 감정을 되돌아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황수미도 “(원작에 충실한) 고전적인 연출로 진행되지만 우리만의 MZ 스타일을 넣어서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아시아 남성 최초 우승을 차지한 김태한이 전체 배역 중 막내다. 그는 “어릴 때 처음 본 오페라가 ‘라 보엠’이었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새내기로서 많이 배우며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라 보엠’ 속 서사가 원작 소설가인 앙리 뮈르제, 작곡가인 푸치니의 자전적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엄숙정 연출은 “이 작품은 푸치니의 풍성하고 아름다운 선율뿐 아니라 소재가 주는 일상적인 특성 때문에 친숙하게 다가온다”며 “마치 푸치니의 청춘 일기 한 페이지를 꺼내어 읽는 듯한 면에서 착안해 무대를 거대한 서재 혹은 책 무더기 느낌으로 형상화했다”고 소개했다. 엄 연출은 또 “의상 콘셉트도 활자를 상징하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만들었다”며 “무대에서 그 글들이 시각적으로 펼쳐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