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日 오후 8시 20분)
전남 곡성 산골 마을에 사는 작은 체구의 여든넷 이호순 씨는 일할 땐 천하장사가 된다. 세 아들을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하리라는 열망 하나로 과거 벌채업하던 남편을 따라 산을 누볐다. 장정들도 힘들어하는 숯도 직접 구웠다. 남편은 호순 씨가 더 이상 철마다 텃밭을 나다닐 필요가 없도록 1년에 한 번 수확하면 되는 감밭을 마련해줬다.
그랬던 남편이 2년 전 가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사별 이후의 생활은 힘들었지만 둘째 아들 김정하 씨(60)가 틈날 때마다 찾아와준 덕분에 기운을 차렸다. 400여 평 밭에 감이 열리면 정하 씨는 아내와 함께 매주 출근 도장 찍듯 감밭에 와 일손을 돕는다. 허리 아픈 어머니가 퇴비를 끌고 언덕을 오르셨을 생각에 가슴이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