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히어로의 우주최강 초능력은… 가슴을 후벼 파는 ‘신파’

23 hours ago 3

소박한 영웅들의 영화 ‘하이파이브’
가족과 이웃 챙기는 온정으로 뭉쳐
뻔한 설정에도 울고 웃는 ‘무빙’ 등
孝-情 가득한 K히어로물 전성시대

최근 인기를 끈 ‘K히어로’ 작품들은 ❶영화 ‘하이파이브’ ❷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❸드라마 ‘무빙’처럼 모두 감동과 유머를 뒤섞은 점이 특징이다. ‘하이파이브’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은 “내가 첫 번째 관객이라는 마음으로 나부터 재밌는 시나리오를 쓰려고 했다. 관객도 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웃고 손뼉 치고 발도 구르는 영화가 됐으면 했다”고 했다. NEW·OCN·디즈니플러스 제공

최근 인기를 끈 ‘K히어로’ 작품들은 ❶영화 ‘하이파이브’ ❷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❸드라마 ‘무빙’처럼 모두 감동과 유머를 뒤섞은 점이 특징이다. ‘하이파이브’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은 “내가 첫 번째 관객이라는 마음으로 나부터 재밌는 시나리오를 쓰려고 했다. 관객도 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웃고 손뼉 치고 발도 구르는 영화가 됐으면 했다”고 했다. NEW·OCN·디즈니플러스 제공
“네가 꼬부랑 할머니가 돼도 ‘아빠’ 하고 외치기만 해. 아버지가 히어로처럼 ‘짠’ 하고 나타나서 다 해결해 줄 거야!”

아빠 종민(오정세)은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하지만 지금은 허리 한번 펼 때마다 끙끙댄다. 예전 같은 발차기는 꿈도 못 꾼다. 그래도 딸 완서(이재인)에겐 세상 든든한 ‘딸 바보’다. 악당 수십 명이 들이닥쳐도 “네가 무슨 힘이 있다고. 무슨 일 있으면 맡겨”라며 큰소리를 뻥뻥 친다. 실은 완서는 심장 이식으로 괴력을 얻은 초능력자. 하지만 눈치채지 못하게 악당을 물리친 뒤 아빠의 기를 팍팍 살려 준다. “아버지, 아직 쓸 만하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하이파이브’는 평범한 다섯 사람이 의문의 장기 기증자로부터 심장·폐·신장·간·각막을 이식받은 뒤 초능력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뻔한 공상과학(SF) 슈퍼히어로물을 넘어 “능력보단 감동 서사로 관객을 사로잡았다”는 호평. 12일 기준 124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하고 있다.

아이언맨(마블)도 떠나고 슈퍼맨(DC코믹스)도 주춤한 사이, ‘K히어로’가 영화와 드라마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올 4월 개봉한 영화 ‘썬더볼츠*’가 국내에서 92만 명밖에 보지 않았을 정도로 성적표가 바닥. 하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 슈퍼히어로들은 공감을 무기로 선전하고 있다. 가족애와 효(孝), 공동체 정서 등을 잘 짚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특징은 역시 ‘소박함’이다. 초능력자들이 모여 세상을 구하는 장대한 전투가 벌어지는 게 아니다. 스크린엔 애틋한 부녀의 눈빛과 정 많은 이웃들의 온기가 가득 차 있다. ‘하이파이브’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은 지난달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동네 사람들이 초능력이 생긴다면 뭘 할 것인지를 상상했는데 아마 지구를 구하진 못할 거고, 주변 사람들 도와주는 정도가 아니겠나 싶었다”며 “히어로를 우리 주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로 묘사하려 했다”고 했다.

뻔하디뻔한 ‘신파’를 적절하게 버무린 것도 특징. 2023년 강풀 작가의 웹툰이 원작인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은 서로를 돕는 초능력자들의 따뜻한 서사를 그려 흥행에 성공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초능력을 얻은 뒤 악귀에게 맞서는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1·2편(2020·2023년)처럼 마음 짠한 ‘울보 히어로’도 인기를 끌었다.

마블도 최근 여성 초인들이 여럿 등장했지만, 설득력 있는 여성 캐릭터는 ‘K히어로’가 훨씬 낫다는 평이다. 드라마 ‘힘 쎈 여자 강남순’(2023년)은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를 통해 가족의 연대감을 잘 담아냈다. 영화 ‘마녀’ 1·2부(2018·2022년)는 충무로에서 여성 슈퍼히어로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K히어로가 늘 성공했던 건 아니다. 손익분기점(730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297만 명에 그친 영화 ‘외계+인’ 1·2편(2022·2024년)처럼 쓴맛을 본 작품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 만큼, 공감대를 충분하게 만든다면 ‘하이파이브’ 같은 성공 사례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신파라는 건 결국 사람을 웃고 울게 하는 드라마와 영화의 핵심 요소고, 결국 가슴을 흔드는 건 화려한 액션보다 공감과 감동 서사”라며 “K히어로는 이제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라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K컬처의 장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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