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변경준의 유일 바람 ‘이랜드 승격’···“팬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선수이고 싶어”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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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준(24·서울 이랜드 FC)은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빨랐다. 따로 달리기 훈련을 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빠르게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변경준은 “부모님이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신 덕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변경준은 자신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랜드 김도균 감독도 변경준에게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공격을 주문한다.

서울 이랜드 FC 변경준. 사진=이근승 기자

서울 이랜드 FC 변경준. 사진=이근승 기자

변경준은 상대 뒷공간이 열리면 주저하지 않고 파고든다.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득점을 터뜨렸을 때의 감정은 남다르다.

“골은 어떻게 넣어도 행복하다. 다만 득점이 내 장점을 활용했을 때 나오면, 행복감은 두 배가 된다.” 변경준의 얘기다.

변경준은 2021년 제주 SK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2023년 이랜드 유니폼을 입은 뒤엔 K리그2를 대표하는 측면 공격수로 성장했다. 특히 2024시즌 K리그2 36경기에서 10골 6도움을 기록했다. 변경준이 프로 데뷔 후 처음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해다. 이 시즌 이랜드는 창단 첫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변경준은 전북 현대를 넘어서지 못했던 2024년 승강 플레이오프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

변경준(사진 왼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변경준(사진 왼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변경준은 8월 3일 입대한다.

올 시즌 마지막까지 이랜드의 도전을 함께할 순 없지만, 입대 전 마지막 경기까지 온 힘을 다한다는 각오다.

‘MK스포츠’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휴식기였던 6월 26일 경기도 가평의 이랜드 클럽하우스에서 변경준과 나눈 이야기다.

변경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변경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시즌 중 흔치 않은 긴 휴식기다. 어떻게 보내고 있나.

정말 긴 휴식기다. 평소보다 길게 쉴 수 있어서 여행도 다녀왔다. 재충전했다. 처음엔 ‘시즌 중간 이렇게 오래 쉬면 경기 리듬이 깨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반기에 부족했던 부분을 돌아보고 보완할 시간이 되고 있다. 후반기에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Q. 전반기를 어떻게 돌아보나.

만족하지 못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패배가 너무 많았다. 순위가 아주 아래에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린 다이렉트 승격을 목표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그 목표를 생각하면 전반기 성적에 만족할 수 없다.

Q. 휴식기 직전 경기였던 6월 7일 충북청주 FC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이랜드가 승리할 수 있는 경기였지만, 경기 막판 치명적인 실수가 반복되며 승기를 내줬다. 김도균 감독이 경기 후 이례적으로 선수단을 향해 강한 메시지를 냈었다. 당시 라커룸 분위기 어땠나.

모든 선수가 큰 책임을 느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는데 패했다. 선수들의 감정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김도균 감독께서도 굉장히 화가 나셨다. 다만 소리를 지르거나 거칠게 말씀하신 건 아니었다. ‘조곤조곤 말하는 게 더 무섭다’는 말이 있지 않나. 감독님이 차분하게 말씀하셨는데, 화가 많이 나셨다는 게 느껴졌다.

Q. 잡아야 할 경기를 놓치면 선수들이 받는 충격도 상당할 듯하다. 그런 감정은 어떻게 이겨내나.

경기 당일엔 쉽게 잊히지 않는다. 화도 많이 난다.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머릿속을 맴돈다.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운동하고 축구하면서 그 감정을 해소한다. 나는 힘든 일이 있으면 운동으로 푸는 편이다. 힘들수록 운동을 많이 한다.

변경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변경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올 시즌 K리그2 순위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감도 큰가.

순위표가 정말 촘촘하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결과만 나오는 게 아니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그런데 한 번의 결과로 순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그 촘촘함에서 오는 압박감을 선수뿐 아니라 팀의 모든 구성원이 느끼는 것 같다.

Q. 제주에서 K리그1을 경험했다. 선수가 느끼는 K리그1과 K리그2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선수 개개인이 지닌 능력에서 차이가 난다. K리그1엔 국가대표를 경험한 선수가 많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경기 운영 능력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다. 두 리그를 모두 경험하면서 개인 능력의 차이가 가장 크다고 느꼈다.

Q. K리그2를 향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선수들도 느낀다. 수원 삼성이나 인천 유나이티드(현 K리그1)처럼 규모가 큰 구단이 K리그2로 내려오면서 리그를 향한 관심과 주목도가 훨씬 높아졌다. 특히 수원은 팬들의 응원이 굉장히 열정적이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는 다른 K리그2 경기장과 확실히 다르다. K리그2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분위기를 수원과의 경기에서 느낄 수 있다. 좋은 경기장에서 많은 팬 앞에 서면 아드레날린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런 경기에선 의지가 더 강해지는 게 사실이다.

김도균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지도자다. 사진=이근승 기자

김도균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지도자다. 사진=이근승 기자

Q. 김도균 감독과 3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처음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나.

김도균 감독께서 추구하는 기본적인 방향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같다. 다만 우리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격과 수비의 세부적인 부분이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 호흡을 맞췄을 때보다 전술적인 디테일이 더해지고 있다.

Q. 김도균 감독이 변경준에게 가장 많이 주문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스피드가 강점인 공격수다. 우리 감독님은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는 움직임을 좋아하신다. 골문 근처에선 ‘더 침착해야 한다’는 말씀도 많이 하신다. 좋은 움직임으로 기회를 만들어도 마지막 순간 침착하지 못하면 득점으로 연결할 수 없다. 그 부분을 계속 강조하신다.

Q. 이랜드를 상대하는 팀들은 수비 라인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뒷공간이 없는 상황에선 장점을 어떻게 살리나.

상대가 수비 라인을 깊게 내리면 뒷공간이 많지 않다. 그럴 땐 최대한 간결하게 경기하려고 한다. 볼을 간결하게 주고받으면서 기회를 만드는 거다. 일대일 상황이 만들어지면 과감하게 돌파한다. 상대 수비가 촘촘하게 자리 잡았을 땐 복잡하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변경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변경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100m 기록을 측정해 본 적이 있나.

정확하게 측정해 본 적은 없다. 그래도 11초대에는 들어올 것 같다(웃음). 스피드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이다. 따로 달리기 훈련을 해서 빨라진 건 아니다.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빨랐다. 부모님께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다.

Q. 스피드를 활용한 뒷공간 침투로 득점까지 만들었을 때의 기분은 남다를 듯하다.

골은 어떻게 넣어도 행복하다. 다만 내 장점을 활용해 득점이 나오면, 행복감이 두 배가 된다. 다른 방식으로 골을 넣었을 때보다 기분이 좋다.

Q.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한 특별한 관리법이 있나.

특별한 방법이 있다기보다는 일주일 단위의 루틴을 지킨다. 휴식을 마치고 훈련장에 복귀한 날 오전엔 하체 운동을 한다. 중량 운동을 한 뒤 오후 단체 훈련에 참여한다. 다음 날엔 상체 운동과 단체 훈련을 하고, 그다음 날엔 코어 운동과 단체 훈련을 진행한다. 매주 같은 루틴을 지키면서 몸을 경기에 맞게 준비한다.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Q. 어린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스킬 트레이닝이 늘고 있다. 프로 선수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어릴 땐 스킬 트레이닝보다 기본기를 더 많이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릴 때 기본기를 조금 더 익힐걸’ 하는 후회가 있다. 패스와 컨트롤, 발등의 감각, 공을 받기 전 주위를 살피는 습관 등이 기본기다. 이런 건 유소년 시절에 최대한 많이 연습해야 한다. 어릴 때 아무리 많이 해도 성인 무대에 올라오면 부족함을 느낀다. 화려한 기술보다 축구를 하는 데 꼭 필요한 기본기를 반복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Q. 롤모델이 있나.

축구 스타일은 ‘한교원 형의 전성기 시절과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교원 형의 움직임을 참고하려고 한다. 인간적으로나 축구 선수로선 (김)오규 형이 롤모델이다. 내가 프로 6년 차인데 제주에서부터 이랜드까지 5년을 오규 형과 함께하고 있다. 오규 형에겐 배울 게 정말 많다. 리더십이 남다르다. 팀을 하나로 만들어 가는 능력이 대단하다. 오랜 시간 프로 생활을 이어 온 선수인 만큼 몸 관리에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변경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변경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월드컵도 챙겨 보고 있나.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고 있다. 스페인, 아르헨티나, 프랑스 등 좋은 팀의 경기를 조금씩 챙겨 본다. 특정 팀의 경기만 찾아보는 건 아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리오넬 메시가 해트트릭을 기록한 경기다. 경기를 보면서 ‘이 선수는 역시 다르구나’ 싶었다.

Q. 선수의 눈으로 봐도 메시의 플레이는 특별한가.

모든 걸 잘한다. 연계면 연계, 마무리면 마무리, 볼을 지키는 능력이면 볼을 지키는 능력까지 빠지는 게 없다. 플레이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감탄사가 나온다. 정말 대단한 선수다.

Q. 이랜드가 K리그1으로 승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개인보다 팀이 돼야 한다. 한두 명이 잘한다고 승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수많은 위기가 찾아온다. 그 위기를 팀으로서 얼마나 빠르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팀은 선수단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선수단과 팬, 사무국까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한다. 모두가 힘을 합쳐도 이루기 어려운 게 승격이다. 이랜드의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Q. 지난 시즌들을 돌아봤을 때 이랜드에 가장 부족했던 건 무엇이었나.

올라설 수 있는 상황에서 항상 미끄러졌다. 한 번만 힘을 내서 치고 올라가면 더 높은 순위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순간마다 미끄러졌다. 그 고비를 넘기는 힘이 부족했다. 올 시즌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올라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아야 한다.

훈련 중인 변경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훈련 중인 변경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인천은 지난 시즌 압도적인 성적으로 K리그2 우승과 승격을 일궜다. 인천이 K리그2를 경험한 게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인천은 흔들림 없이 K리그1으로 올라갔다. 지난해 인천은 무엇이 달랐나.

구단이 가진 체급에서 차이가 있었다. 인천이 K리그1 최하위로 강등됐지만 선수단 구성을 보면 K리그2에선 확실히 좋은 팀이었다. 시즌 전부터 ‘인천이 우승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직접 상대해 보니 기존 K리그2 팀들보다 체급이 높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Q. 외국인 선수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K리그1과 K리그2 모두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큰 것 같다. 외국인 선수는 국내 선수와 다른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외국인 선수들이 확실한 차이를 만드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중요하다.

Q. 변경준을 매일 훈련장으로 향하게 하는 가장 큰 동기부여는 무엇인가.

목표다. 나는 처음부터 큰 목표를 잡지 않는다.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루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오늘, 1주일 등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매일 똑같이 땀 흘려야 한다.

Q. 지금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이랜드의 승격이다. 이랜드와 함께 승격해서 K리그1 무대를 밟고 싶다. K리그1은 한국 최고의 리그다. 그곳에서 우리 팀과 나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

Q. 최종 목표는 태극마크인가.

그렇다. 국가대표는 모든 선수의 꿈이다. 이 꿈을 향해 작은 목표를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것 같다. 하루하루 땀 흘리며 내 가치를 증명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훈련 중인 서울 이랜드 FC 선수들. 사진=이근승 기자

훈련 중인 서울 이랜드 FC 선수들. 사진=이근승 기자

Q. 2024시즌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당시엔 승격하지 못해 정말 아쉬웠다. 하지만 그 경험은 우리가 승격으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큰 경기에서 느낀 감정과 아쉬움을 기억하고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Q. 올 시즌엔 K리그2에서 최대 4개 팀까지 승격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인가.

승격할 수 있는 자리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모든 팀이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투자를 늘렸다. 순위 경쟁이 더 촘촘해진 이유다. 모든 팀이 한 경기 한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매 경기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Q. 경기 수가 지난 시즌보다 7경기 줄었다. 선수 입장에선 어떤 차이가 있나.

일주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는 게 몸 관리에 좋다. 일정에 큰 변화가 없어서 정해진 루틴대로 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수가 줄어든 만큼 실수를 만회할 기회도 줄었다. 지난 시즌엔 39경기를 치렀다. 주말 경기를 치른 뒤 주중 경기를 소화할 때가 있었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거나 패배 후 가라앉은 분위기를 빠르게 바꿀 기회였다. 올 시즌엔 7경기가 줄었다. 그만큼 한 경기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

득점 후 기뻐하는 변경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득점 후 기뻐하는 변경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이랜드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팀에 헌신했던 선수, 이랜드에 꼭 필요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팀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팬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선수였으면 한다. 팬들의 기억에 그런 선수로 남고 싶다.

[가평=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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