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통령 “직관하면 질까봐”… TV로 결승전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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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伊월드컵서 미신 생겨
“재킷 벗자 실점해 절대 안벗어”

월드컵 결승전은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눈으로 담고 싶어 하는 경기다. 하물며 자국이 펼치는 결승전이라면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사진)은 ‘직관’ 대신 ‘집관’을 택했다. AP와 ESPN 등은 “밀레이 대통령이 20일 열리는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을 아르헨티나 올리보스에 위치한 관저에서 TV로 시청하기로 했다”고 17일 전했다.

밀레이 대통령이 ‘TV 시청’을 고수하는 이유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특히 아르헨티나에 있는 ‘카발라스(cábalas)’라 불리는 미신 때문이다. 같은 유니폼을 입거나 같은 장소에서 경기를 봐야 행운이 따른다고 믿는 게 카발라스다.

아르헨티나에는 대통령이 대표팀 경기를 직접 보면 불운이 찾아온다는 미신이 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디펜딩 챔피언’이던 아르헨티나는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이 경기장을 찾은 대회 개막전에서 카메룬에 0-1로 패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대통령들은 대표팀 경기를 직접 관전하지 않는 게 전통처럼 이어져 왔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가 준결승까지 치른 7경기를 모두 관저에서 TV로 시청했고, 아르헨티나는 7경기를 모두 이겼다.

밀레이 대통령은 최근 자국 라디오 방송을 통해 또 다른 미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날씨가 추워서 (관저에서) 재킷을 입는데, 스위스와의 8강전 때 너무 더워서 재킷을 벗었더니 대표팀이 실점했다. 그 뒤로는 절대 벗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결승전 때도 재킷을 입고 경기를 지켜볼 예정이다.

하지만 미신이나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법이다. 20일 결승전에서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징크스 중 하나는 깨질 수밖에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아르헨티나가 승리하면 ‘1위의 저주’ 징크스를 깨게 된다. FIFA 랭킹이 도입된 1993년 이후 열린 8차례의 월드컵에서 대회 직전 랭킹 1위였던 팀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적은 아직 없다. 스페인이 승리하면 ‘차기 월드컵 개최국은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넘어선다. 지금까지 다음 대회 개최국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스페인은 포르투갈, 모로코와 함께 2030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다.

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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