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유통업체 카르푸는 하루 동안 선풍기,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평소보다 1000배 많은 3만 대를 판매했다. 그동안 프랑스 등 서유럽은 에어컨 보급률이 약 25%였다(미국 90%, 한국 98%). 지중해성 온화한 기후, 오래된 건축물, 그리고 탄소중립 등 기후 환경에 대한 강한 사회 의식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제 프랑스는 지금 ‘에어컨 설치’를 공약으로까지 거는 등 정치권의 논쟁이 뜨겁다.
#1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강조된 1.5도는 과학자들이 예측한 지구 온도 상승의 한계점, 더 이상의 지구 온난화로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인류가 반드시 지켜야 할 온도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까지 1.5도 상승 가능성이 66%라고 밝혔다.
#2 2만 2,000년 동안 지구 온도는 1만 년에 약 3도, 1000년에 약 0.3도, 100년에 약 0.03도가 올랐다. 그러나 1900년부터 2000년까지 불과 100년 동안 지구 온도는 1.2도 상승했다. 1900년 이전에 비하면 약 4,000년이 걸릴 기온 상승이 100년에 이루어진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온도가 2도까지 상승한다면, 기후 이변을 넘어 지구 종말과 인류 파멸까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3 유럽이 펄펄 끓고 있다. 유럽 각 도시의 최고 기온은 이미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폭염으로 유럽 내 관광지는 잠정 폐쇄되고, 수온 상승으로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며 원자력 발전 또한 멈추고 기차 운행도 중단되고 있다. 이로 인해 AFP통신은 프랑스 인구 6,700만 명 가운데 폭염 적색경보 영향권에 있는 사람이 4,400만 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또 독일 기상청과 EU공동연구소 자료는 유럽에서 35도 이상 고온을 겪는 인구가 9,400만 명, 30도 이상 더위에 노출되는 인구가 3억 5,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철도, 관광지, 학교, 행사, 음악회 등 폭염에 멈춰선 EU
프랑스는 그동안 지구 환경과 에너지 소비를 이유로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6월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서자 ‘이렇게 더운 여름을 보낼 수 없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약 25%에 불과하다. 이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50% 수준의 절반이다. 비단 일반 가정뿐 아니다. 공공시설은 물론이고 학교, 병원조차 에어컨이 없는 곳이 태반이다.
6월에 기온이 치솟으며 수천 개의 학교가 휴교령을 내렸고, 의료진과 요양원 직원들은 병마 외에 더위와 싸우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치권 역시 에어컨 보급 전쟁에 뛰어들었다. 강경 우파 마린 르펜 의원의 ‘국민연합RN’은 전국의 모든 학교와 병원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국가 냉방 계획’을 촉구하고 나섰다.
르펜 의원은 의회에서 “폭염 때문에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병원과 요양원, 학교부터 대규모 냉방 시설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에어컨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편 르펜의 강력한 라이벌인 강경 좌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모든 곳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은 탄소 배출을 늘려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반대했다.
프랑스의 6월 23일 전국 평균 기온은 1947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남서부 피소스는 최고 44.3도를 기록했고, 이튿날 파리는 40.9도까지 오르며 6월 최고 기온을 새로 썼다.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에서 이번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4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은 운영시간을 단축했다.
‘화석연료 사용’이 불러온 기후적 재앙
이번 폭염은 ‘오메가 정체Omega block’에 따른 ‘열돔 현상’ 때문이다. 기류의 모양이 그리스 문자 ‘오메가Ω’와 비슷하다고 해서 오메가 열돔이라 부른다.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가두고 양옆에서 저기압이 가로막아 제트기류가 정체되고,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올라온 열기가 서유럽 상공에 갇힌 것이다.
독일 기상청에 따르면 독일 자를란트주의 주도이자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인 자르브뤼켄의 6월 기온이 41.3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독일에서 6월 기온이 40도를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며, 기존 6월 기록은 2019년 6월 30일 베른부르크에서 관측된 39.6도가 최고였다. 기온이 비교적 낮은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35.3도까지 올라 벨기에는 매년 열리는 워털루 전투 재연 행사를 취소했다. 영국도 일부 지역 기온이 37.3도까지 올랐다.
세계 최고 권위의 기후 귀인 분석 단체인 ‘세계기상귀인연구World Weather Attribution(WWA)’ 분석에 따르면 서유럽의 6월 낮 최고기온 상승 속도는 지구 전체 온난화 속도의 3배, 밤 최고기온 상승 속도는 2배에 달한다. 기후학자들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없었다면 이번 폭염은 ‘단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번 폭염이 더 위협적인 것은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다. WWA는 열대야가 20년 전보다 100배 더 발생하기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럽 30개국 854개 도시 가운데 45%가 ‘습구흑구온도Wet-bulb globe temperature(WBGT)’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됐다. WBGT는 인체가 느끼는 열 스트레스를 반영한 지수다. WWA는 2022년 여름 유럽 폭염 당시 6만여 명이 열 관련 원인으로 숨진 사례를 들어 이번 폭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21세기 후반엔 여름이 4월 25일~10월까지 이어질 예정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5월 30일 강릉은 올해 첫 ‘열대야’를 기록했다. 지난 6월 13일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113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10년대 연평균 6.7일이던 열대야 일수는 2020년대 연평균 28일로 4배 증가했다. 2025년 우리나라의 6~8월까지의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24년의 26.6도를 넘었다.
특히 서울은 7월부터 8월 초에 걸쳐 10일 이상 연속으로 밤 최저기온이 25도를 넘었고, 2025년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13.7도로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6년 여름은 기온이 높고, 열대야 현상이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면서 올여름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약 0.6~1.8°C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 원인은 바다에서 유입되는 뜨거운 수증기와 도심의 열섬 현상 때문이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밤까지 이어져 무더운 열대야가 과거 대비 5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측하고 야간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열대야 주의보’를 도입했다.
기상청이 공개한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따르면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할 경우 21세기 후반쯤엔 여름이 4월 25일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약 반년간 지속된다고 전망한다. 2080년대에는 폭염일수가 103.8일, 2090년대에는 115.6일에 달하며, 현재 일 최고기온 35.9도에서 더 올라, 43.8도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여름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80%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엘니뇨 현상은 바다가 더 많은 열을 대기로 뿜어내는 현상이다. 엘니뇨 시기에는 따뜻한 물이 넓게 퍼진다. 2~7년 주기로 발생하는 엘니뇨는 지구 기온 상승 요인 중 하나다. 특히 해수면 온도의 상승은 엘리뇨 현상이 단순히 여름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닌 10월, 11월에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올해의 폭염과 가뭄, 홍수 등의 이상 기상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환경 오염, 인구 증가, 탄소배출, 도시화 집중 등 지구의 정상적인 기후 사이클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줄지 않고 더 늘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나의 작은 행동이 ‘이 거대한 기후 변화’에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제 행동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서서히 뜨거워지는 가마솥에 들어간 ‘개구리 신세’인지 모른다. 언젠가 뜨거운 물에 기겁하겠지만, 그날을 하루라도 늦추는 것이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의 ‘책무’일 테니까.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이미지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9호(26.07.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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