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쓴소리 "가격신호가 제 기능하게 해야 에너지 충격 대응"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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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16 22:06 수정2026.04.16 22:20

IMF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회견에서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태국장(가운데), 토머스 헬블링 부국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IMF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회견에서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태국장(가운데), 토머스 헬블링 부국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가져온 에너지 충격에 아시아·태평양 경제권이 상대적으로 더 노출됐다고 1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권역별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중동 전쟁의 맥락에서, 석유와 가스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주는 충격이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아시아는 이 에너지 충격에 상당히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아태 지역이 이번 전쟁의 충격에 더 노출된 이유는 에너지 집약도와 수입 의존도가 높고, 화학비료 같은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 충격에도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IMF는 지적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이 지역은 석유·가스 사용량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해당한다. 이는 유럽의 거의 두배"라고 말했다.

아태 지역 국가별로는 상당한 편차가 존재하는데,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이 비중이 10%를 넘는 반면, 호주와 뉴질랜드는 2% 정도다. 스니리바산 국장은 또 "(에너지의) 제한된 국내 생산은 높은 에너지 집약도가 결국 수입 의존도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석유·가스 수입이 지역 내 GDP의 2.5%에 해당하며, 싱가포르와 태국 같은 경우 8%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지역은 비(非)에너지 투입재를 통해서도 노출돼 있으며, 헬륨과 황 같은 비료 및 석유화학 투입재의 교란은 분쟁이 지속될 경우 더 광범위한 공급망 압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에너지 충격으로 아태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5.0%에서 올해 4.4%로 둔화할 전망이며,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2.6%로 올라갈 전망이라고 전했다. 스니리바산 국장은 "특히 동남아시아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아시아 각국이 에너지 충격에 대응하는 방식에 관해 "긴축 조치를 서두르지 말고 관망해야 한다"면서 "유가가 올 상반기에만 상승하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각국이 정책대응을 유보할 여력이 있지만 충격이 심화되면 통화정책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재정정책에 관해서는 "가격 신호가 제 기능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 신호가 작동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공급 부족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출 수 없게 되고, 이는 전 세계적인 경제 전망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MF는 취약 계층과 생존 가능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재정 지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재정 완충 여력을 보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다"고 했다. 에너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름값을 억제하는 등의 정책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지원 대상을 선별하고, 일시적인 성격을 띠며, 일정 시점이 지나면 자동 종료되는 '일몰 조항(sunset clauses)'을 포함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아울러 "아시아 역내 통합 수준은 다소 미흡한데, 이는 역내 많은 국가가 비관세 장벽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충격이 교역 파트너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켜 줬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충격이 특별히 한국에 미치는 영향의 규모에 대한 추가 질문에 대해 토머스 헬블링 IMF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한국은 아시아 전체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답했다. 헬블링 부국장은 "다만 한국의 경우, 강한 거시경제 여건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세가 회복되었고, 기술 사이클의 혜택을 받아왔으며, 현재 전망상 그 혜택은 2026년과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정부도 충격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상당한 에너지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고, 대체 에너지원 확보에도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받게 될 충격의 규모에 대해서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상당한 예측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 "올해 상반기에 집중된 비교적 온건하고 단기적인 충격으로, 하반기에는 완화될 것으로 보지만 부정적 시나리오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내내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부정적 시나리오와 내년까지 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무르는 심각한 시나리오에서는 "한국과 아시아 전반의 상황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이번 오일 쇼크가 어떻게 전개될지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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