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용 핵심 장비인 ‘TC 본더’ 전문회사 한미반도체가 한화 계열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한화정밀기계를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한화정밀기계는 “특허 침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지난 4일 “한화정밀기계가 한미반도체의 HBM 생산용 TC 본더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에 필수적인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HBM은 D램을 쌓아 만든다. D램끼리 접합(본딩)하는 게 핵심 기술인데, 이 공정에 한미반도체의 TC 본더가 활용된다. 한미반도체는 HBM 1위 업체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에 TC 본더를 납품하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회사다.
한미반도체는 2017년 업계 최초로 개발한 ‘2모듈·4헤드’ 방식을 한화정밀기계가 무단으로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헤드는 D램을 접합할 때 쓰이는 팔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한미반도체 TC 본더의 모듈 하나엔 헤드 2개가 붙는다.
한화정밀기계는 한미반도체의 주장에 대해 이날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화정밀기계는 “본딩 장비 개발 과정에서 선행기술 조사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특정 업체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양사의 특허 소송은 SK하이닉스 납품을 놓고 물밑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한미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최근 싱가포르 반도체 장비업체 ASMPT를 TC 본더 납품사에 추가했다. 한화정밀기계는 최근 SK하이닉스의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다.
황정수/김형규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