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 페르호넨 minä perhonen’은 디자이너 미나가와 아키라가 1995년에 설립한 브랜드다. 텍스타일(직물) 디자인부터 패브릭, 패션, 가구, 인테리어 소품, 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물건과 사람을 연결하며, 물건으로부터 전해진 기쁨을 쌓는 순환 과정을 이어간다.
일상 속 특별한 기억이 동화처럼 꾸며지다
미나가와 아키라는 196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그는 10대 시절에 핀란드와 스웨덴을 여행하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삶에 녹아 있는 디자인의 관계성에 깊이 매료되었다. 이때의 경험은 그의 디자인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바로 북유럽의 절제되지만 따스한 멋과 일본의 소박한 미니멀리즘의 조화이다.
전시는 ‘다채로운 개성’, ‘100년을 잇는 정성’, ‘기억의 순환’ 메시지를 바탕으로 구성되며, 관람객은 11개의 전시 공간을 거닐며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 여정에 함께할 수 있다. 미나 페르호넨은 핀란드어로 ‘미나minä(나)’, ‘페르호넨perhonen(나비)’으로 쓰이며, 브랜드명은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 같은 디자인’을 경쾌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는 소망을 담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질 좋은 물건을 만드는 미나 페르호넨은 천천히 정성 들여 제품을 생산하는 제작 구조를 추구한다. 이는 ‘100년이 지나도 좋은 옷’을 만들고자 하는 철학과 이상이 담긴 구조다. 이들은 텍스타일의 초석이 될 핸드 스케치,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디자인, 버리는 천 없이 소재를 소중히 여기는 작업 방식, 자국 장인과의 협업 등의 과정을 거쳐 ‘좋은 물건’을 제작한다. 좋은 물건은 사용하는 이에게 풍부한 기억을 심어주고, 그 기억은 창작을 위한 다채로운 상상력이 되어, 만드는 이의 손을 거쳐 다시 좋은 물건으로 순환된다. 즉 자신의 기억을 디자인에 심고, 사람들에게 기억을 심어줄 제품을 정성 들여 만든다. 이는 ‘디자인과 기억’, ‘만듦과 쓰임’의 순환을 통해 제작자와 사용자의 거리를 좁히고, 지속 가능한 관계로 이끈다.
또 전시는 ‘디자인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 ‘물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 ‘만드는 이와 사용하는 이의 진정성 있는 태도’ 등 디자인의 의미와 역할을 재조명한다. 전시에는 네 명의 한국 공예 작가와 협업해 디자인이라는 공통 언어로 탄생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Info
장소: DDP 전시 1관
기간: ~2025년 2월 6일
티켓: 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 5,000원, 어린이 1만 원
시간: 10:00~20:00(입장 마감 19:00)
[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이음해시태그, 윤현기 작가ⓒHyeonki Yoon]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8호(24.12.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