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공급망·제품 규제가 국내 수출기업의 새 변수로 떠오르면서 한국과 유럽의 정책·산업계가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한-유럽 협력 플랫폼을 표방해온 민간 싱크탱크 KEY가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포럼을 열고 지속가능성 규제 대응을 위한 가교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 KEY(Korea Europe & You)와 공동으로 '2026 EU 신통상 파트너십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공급망 실사지침(CSDDD), 디지털제품여권(DPP) 등 최근 강화되는 EU 통상 규제에 대응해 국내 기업의 전략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윤진식 무역협회 회장, 이준 KEY 이사장, 우고 아스투토 주한 EU 대표부 대사와 수출기업·관련 기관 임직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KEY는 한국과 유럽 간 상호 이해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목표로 설립된 국제 싱크탱크이자 실행 중심 플랫폼이다. ESG와 지속가능성을 비롯해 연구 혁신, 소프트파워, 경제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과 유럽의 협력 프레임을 설계해왔다. KEY는 한국과 유럽을 잇는 지식의 가교이자 실행 중심의 국제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다.
이준 KEY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최근의 지정학적 자원 공급망 위기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급성을 일깨우는 가운데 이번 포럼은 한국과 유럽 기업들이 당면한 위기를 혁신의 새로운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뜻깊은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EY는 2023년 설립 이후 탄소중립·ESG 경영 분야에서 한-유럽 협력 모델을 축적해왔다. 2023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유럽 탄소중립 포럼을 열고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따른 국내 기업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같은 해 글로벌 바이오 재활용 기업 카비오스와 KB국민은행 ESG 담당자의 대담을 통해 금융과 산업 간 협력 가능성도 모색했다.
2024년에는 베올리아 코리아, 다쏘시스템 코리아 등과 ESG·지속가능성 브리핑 세션을 이어갔다.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뉴 연구소 조셉 델라트 박사와는 유럽·동북아 산업 탈탄소화 정책을 논의했다. 김영태 OECD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과 글로벌 탈탄소화 전략을 다루기도 했다. 지난해엔 '글로벌 격변기 속의 금융 및 산업 대응'을 주제로 지속가능성 포럼을 열어 한-EU 경제 협력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윤 회장은 개회사에서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EU의 신규 규범이 기업을 휩쓰는 폭우가 아닌 성장을 돕는 '비와 토양'이 되려면 충분한 대화와 준비 시간이 필수적"이라며 "무역협회가 우리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여 한-EU 간의 든든한 가교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우고 아스투토 대사는 축사에서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뛰어난 혁신 역량과 신뢰성을 증명한 한국 산업계는 유럽의 핵심 파트너"라며 "지속가능성과 투명성이 곧 기업의 경쟁력을 정의하는 시대에 EU와 한국은 더욱 굳건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두 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첫 세션에서는 EU 지속가능성 트렌드와 정책 규제 전망을 다뤘다. 월터 반 하툼 주한 EU 대표부 통상경제 부문 공사참사관은 EU의 공급망 실사와 제품 정보 디지털화가 EU 시장 진입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앤장 법률사무소, 센테니얼파트너스,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이 유럽의 지속가능성 법률·정책 동향과 공시 기준을 논의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지속가능성 기술 혁신 기업 사례가 소개됐다. 베올리아 코리아의 니콜라 르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수처리와 폐기물 관리 분야의 혁신 기술 사례를 발표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 한국 엔드레스하우저, 무역협회 관계자들이 배터리 여권, 산업 에너지 효율화, 중소기업 친환경 전환 등 현장 사례를 공유했다.
무협과 KEY는 이번 행사를 통해 EU 규제 변화가 국내 기업에 부담으로만 작용하지 않도록 실질적 대응 전략과 협력 네트워크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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