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거미에 물린 스파이더맨, AI가 풀어야 할 세 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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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4월 이 지면에서 스파이더맨을 예로 들어 생명현상을 설명한 적이 있다. 거미에 물린 피터 파커의 몸에서 특별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세포가 하는 일을 바꿔 몸 전체의 놀라운 능력으로 이어진다고 상상해 봤다. 현실에서 거미에 물린다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은 분자의 변화가 어떻게 몸 전체를 바꾸는지 생각해 보는 데는 도움이 된다. 이번에는 이 상상을 조금 더 따라가 보자. 어떤 분자가 바뀌었을까. 세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몸 전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 세 가지 질문을 따라가면 최근 바이오 분야에서 일어나는 인공지능(AI)의 변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보인다. 첫 번째 질문은 분자에 관한 것이다. 우리 몸에는 단백질을 비롯한 수많은 분자가 있다. 단백질은 몸을 이루는 재료이면서 실제로 일을 하는 작은 부품이다. 산소를 운반하고, 신호를 전달하고, 근육을 움직이며, 외부 침입자를 막는다. 어떤 모양을 하고 어떤 분자와 만나느냐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진다. 이 수준에서 AI는 이미 커다란 돌파구를 만들었다. 2024년 노벨화학상은 알파폴드로 단백질 구조 예측을 발전시킨 데미스 허사비스, 존 점퍼와 계산을 통한 단백질 설계를 이끈 데이비드 베이커에게 돌아갔다. 단백질 모양을 알아내는 능력과 원하는 성질의 단백질을 새로 만드는 능력이 함께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에도 발전은 계속된다. 최근에는 치료용 단백질을 설계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치료제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지 정밀하게 설계해, 해로운 신호를 막거나 필요한 작용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치료 후보물질을 만드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데미스 허사비스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AI의 도움으로 향후 10여년 안에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는 대담한 전망을 내놓았다. 필자는 그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발전 방향은 분명하다고 믿는다. 여기서 두 번째 질문이 등장한다. 분자의 변화는 세포를 어떻게 바꾸는가. 세포는 살아 움직이는 작은 단위다. 그 안에서는 수많은 분자가 함께 일한다. 어떤 신호를 받으면 자라나고, 다른 신호를 받으면 활동을 멈춘다. 스파이더맨의 힘을 설명하려면 특별한 단백질이 생겼다는 것에 더해, 그 단백질이 근육세포와 신경세포의 일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알아야 한다. 치료제 개발에서도 같은 질문이 중요하다.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단백질을 막았다고 하자.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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