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02〉저성장 한국 제조업, 홍익인간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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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한양대 HYU-KITECH 공동학과 학연교수·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장김민선 한양대 HYU-KITECH 공동학과 학연교수·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장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첨단 로봇 기술 등 기술 혁신이 상상 이상의 속도로 진행되며 편리함과 생산성 향상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간이 제조 현장과 기술의 중심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어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과학기술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인간중심 생산기술'로의 전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술은 더 나은 삶과 인간의 가치를 증대시키고 사회 전체의 행복에 기여하도록 나아가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한다. 이러한 접근은 대한민국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 정신과 맞닿으며, 기술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향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중심 생산기술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제조 현장에서의 작업자 중심 접근이고, 두 번째는 제조 공정 끝단, 즉 제품과 서비스 단계에서의 사용자 중심 접근이다.

제조 현장에서는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로봇과 자동화로 대체해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작업자가 창의적 영역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작업 환경을 인간 친화적으로 재설계함을 포함한다. 유럽연합(EU)의 '인더스트리 5.0' 전략에서도 인간중심 제조를 핵심 요소로 제시하며 로봇과 인간이 협업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근로자의 안전과 작업 환경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에서도 로봇이 작업자의 피로를 줄이는 작업을 담당하고, 작업자는 창의적 업무에 집중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며 인간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조 공정의 끝단인 제조와 서비스 단계에서는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한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존 기술 성능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사용자 안전과 편의성을 고려하는 기술 개발이 이뤄지며, 이는 사용자 경험(UX)을 통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일본의 '소사이어티 5.0' 비전이 기술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으며 소니, 파나소닉 등 기업들도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스마트 디바이스와 가전제품을 통해 기술이 단순히 혁신적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 삶의 변화를 이끄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인간중심 생산기술은 연구 개발 초점을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로봇, 자율 제조, 사용자 편의, 안전 융합의 네 가지 분야에서 연구진들이 협업하며 인간중심 기술의 구체화를 이끌고 있다. 로봇 기술은 인간과 로봇 간의 협업을 강화하고, 자율 제조 분야는 AI·디지털 전환을 통해 작업 환경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인다. 사용자 편의 분야는 고객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며, 안전 융합 분야에서는 유해 물질을 줄이고 친환경 공정을 통해 사용자와 환경을 동시에 보호하는 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기술에 대한 관점이 미래 제조업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다. 인간중심 생산기술은 생산성 향상을 넘어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홍익인간 정신과 맞닿아 있으며 유럽의 인더스트리 5.0이나 일본의 소사이어티 5.0과 같은 글로벌 흐름과도 연결돼 향후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중심 생산기술은 고부가가치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인간의 내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을 지향한다. 이는 사용자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대체불가한 가치를 인정받는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로 자리 잡아 한국 제조업이 세계적 '줄 서서 사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저성장을 극복하는 출구 전략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우리 제조업 상황 하에 “과학기술은 깜깜한 어둠을 비추는 빛(Science is the candle in the dark)”이라는 칼 세이건의 명언을 떠올린다. 인간중심 기술로 나아가는 변화가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열어나가 제조업의 밝은 빛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민선 한양대 HYU-KITECH 공동학과 학연교수·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장 kimms620@gmail.com

한양대학교 HYU-KITECH 공동학과 학연교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장 김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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