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미국 주식형 상품으로 투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증시는 약세를 지속한 반면 미국 증시는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며 미국 주식형 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모두 휩쓸면서 자금 쏠림도 가속화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지난해 말 대비 국내 주식형 ETF 가운데 순자산이 가장 크게 늘어난 상품은 ‘TIGER 미국S&P500’으로, 4조 431억원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증시의 대표지수인 S&P500지수를 추종하는 해당 ETF는 순자산이 급증하며, 올 들어 전체 주식형 ETF 중 순자산 규모 1위에 올라섰다. 국내 ETF 시장에서 미국 주식형 상품이 국내 주식형을 제치고 순자산 규모 1위에 올라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 2002년 국내 최초 ETF로, 코스피 20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상장된 ‘KODEX 200’의 순자산을 넘어선 것이다.
이밖에 작년 말 대비 순자산 증가 규모가 큰 주식형 ETF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미국 주식형 상품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KODEX 미국S&P500TR’(2조 787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1조 6880억원),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1조 5706억원) 순으로 순자산 증가 규모가 컸다.
국내 증시는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미국 증시는 랠리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형 상품으로의 쏠림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ETF 시장에서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레버리지 제외)에는 모두 미국 주식형 ETF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예탁결제원의 보관금액을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의 투자 비중이 높은 미국 종목 25개에 투자하는 ‘KODEX 미국서학개미’가 연초 이후 89.94%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냈고,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85.89%),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85.13%) 등이 뒤를 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주식시장은 전세계 시가총액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수급도 가장 좋다”며 “단기간 변동성이 나타나더라도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시장으로의 이탈 현상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