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2023년 9월 이후 약 3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불안이 커지자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긴축 조치에 나섰다.
ECB는 11일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예금금리, 기준금리, 한계대출금리 등 3대 정책금리를 모두 0.25%포인트 인상했다. ECB는 이들 정책금리 중 예금금리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예금금리는 기존 연 2.0%에서 연 2.25%로 올랐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광범위한 물가 압력으로 번지기 전 인플레이션을 조기에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CB는 “중동 전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으로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 21개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2%를 기록했다. ECB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4월 2.2%에서 5월 2.5%로 오르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
이날 ECB는 인플레이션 추세를 반영해 올해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0%로 올렸다. 내년은 2.0%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0.9%에서 0.8%로 소폭 낮췄다.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프랑스 주요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은 “올해 최소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미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유럽의 경제 성장이 이번 금리 인상으로 더 둔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독일 베렌베레크 은행은 “유럽 노동시장 침체와 소비자 수요 부진을 고려할 때 ECB의 긴축 조치는 정책적 실수”라고 평가했다.
오는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예정된 일본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금리를 연 0.75%에서 연 1.0%로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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