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3단계 시행방안이 지난달 발표된 직후 고신용자의 2금융권 대출 이용이 40% 넘게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트레스DSR 규제가 다음달 3단계로 강화되는 일정은 이미 작년에 예고됐지만, 제도 변화가 임박한 시점에 구체적 시행방안이 공개된 점이 대출 '막차수요'를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비교 핀테크 핀다는 자사 플랫폼을 이용해 대출을 약정한 사용자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12일 발표했다. 핀다는 금융위원회가 3단계 스트레스DSR 시행방안을 발표한 지난달 20일 이후의 대출 수요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5월 3주차(12~18일)과 4주차(19~25일)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신용점수가 900점 이상인 고신용자의 5월 4주차 2금융권 대출 약정 건수는 3주차 대비 40.4% 급증했다. 이들의 2금융권 대출 약정 액수는 같은 기간 31.7% 늘었다. 신용점수가 1000점으로 만점인 사용자의 2금융권 대출 약정 건수는 같은 기간 150% 늘었고, 대출 약정액은 600% 급증했다.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자는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통 2금융권을 이용하지 않는다. 1금융권에 비해 대출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레스DSR 규제의 3단계 시행방안이 발표된 직후 고신용자의 2금융권 대출 이용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고금리 부담을 감수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대출을 미리 당겨받으려는 대출 수요가 커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고신용자의 2금융권 대출 이용량 증가는 중·저신용자와 비교했을 때 두드러진다. 신용점수가 400~799점인 중·저신용자의 5월 4주차 2금융권 대출 약정건수는 3주차에 비해 3% 감소했고, 약정액은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용도가 높을수록 3단계 스트레스DSR 시행방안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핀다는 "상당수 은행이 3단계 스트레스DSR 도입에 앞서 대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고신용자들이 상대적으로 한도가 높은 2금융권으로 발걸음을 옮긴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스트레스DSR 규제는 개인의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총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DSR 규제에 '스트레스 금리'라는 가상의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더욱 옥죄는 규제다. 작년 2월 1단계 규제가 시행됐고, 지난해 9월 2단계가 도입됐다. 올해 7월 3단계로 규제가 강화되면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에 대한 대출 한도는 2단계 시행 중인 현재 대비 3~5%씩 줄어든다.
연봉 1억원인 직장인이 수도권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30년 만기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연 4.2%의 금리로 빌리는 경우, 7월 이후 한도는 약 5억7000만원이다. 스트레스DSR 규제가 시행되기 이전인 작년 1월(6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1년 반 사이 개인의 대출 한도가 1억원 넘게 줄어드는 셈이다.
올해 7월 스트레스DSR 규제가 3단계로 강화된다는 일정은 작년 6월 이미 공개됐다. 이미 예고된 일정인데도 시행방안이 공개된 직후 고신용자의 2금융권 이용이 급증한 것은 그만큼 정부의 규제 발표 자체가 대출시장을 자극하는 불씨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DSR 시행을 불과 한 달여 앞둔 5월 20일 구체적 시행방안을 내놓으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의 불안심리가 증폭됐고, 결국 막차수요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