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공간이자 이산가족 만남의 장소로 활용된 파주 임진각이 평화와 희망의 상징으로 반세기 만에 새롭게 태어났다. 경기관광공사는 2021년 9월부터 60억56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임진각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이후 3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장했다.
28일 경기관광공사에 따르면 임진각은 비무장 지역인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에 자리 잡은 지하 1층~지상 3층 건물로, 리모델링 후 연면적은 2360㎡ 규모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건립됐다. 1985년 임진각 앞에 망배단이 만들어졌는데, 이때부터 설과 추석 명절에 실향민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별도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고향이 있는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에 관심이 높아지자 2004년부터 경기관광공사가 임진각을 매입해 직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설이 낡아 임진각 리모델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처음에는 구조까지 모두 허물고 새롭게 짓는 재건축을 고려했으나, 남북이 대치하는 지역 특성과 고도 제한 등을 감안해 기존 임진각의 구조를 살리는 방향으로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새롭게 태어난 임진각은 기존 정면에 있던 임진각 간판을 측면으로 옮겼다.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쪽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를 고려한 것이다. 또 1층 로비에는 DMZ(비무장지대) 상징을 담은 예술작품을 설치했다. 2층과 3층에는 관광객 휴게시설을 설치해 편의를 높였다. 4층 옥상에는 임진각 관광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배치했다. 이산가족은 고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외국 관광객은 한반도 분단 상황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임진각은 인근 평화누리 공원, 평화의 언덕 바람개비, 평화 곤돌라 등과 함께 연간 300만 명이 방문하는 ‘임진각 평화누리’의 대표 건물이다.
임진각에서 수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파주 토박이 김상문 씨는 “어릴 적 소풍을 오던 임진각이 이렇게 변화한 것이 신기하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경기관광공사는 임진각의 공간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임진각 관광지 개발, DMZ 평화 순례길 조성, 민통선 내 캠프 그리브스 확대 개방 등 관련 인프라와 콘텐츠 확충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경기도 2차 추가경정예산에 3억2000만원을 반영했다. 경기관광공사는 이번 리모델링으로 편의성이 높아져 관광객 350만 명이 매년 임진각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했다.
조원용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임진각이 과거 남북 분단의 상징에서 이제는 평화의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며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장소인 만큼 내외국인 누구나 쉽게 방문해 평화, 통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