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복잡한 인간 마음, ‘내러티브’로 이해해야”

2 days ago 5

내러티브로 보는 경제 현상
집단의 경제 행동 결정하고
직원 이해·고객 신뢰 높여

숫자만으로 모든 사회·경제 문제를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가치가 개입되는 사회·경제 문제에는 너무나 다양한 이해관계와 감정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특정 사건이나 경험을 시간적 순서와 인과관계에 따라 서술해 의미를 전달하는 ‘내러티브(Narrative) 분석’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사회과학 분야에 등장한 후 인간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내러티브는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반영하며 복잡한 사회적 현상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며, 특히 인간의 경제적 의사 결정을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독일 보훔루르대 연구진은 경제학에서 내러티브가 일관되게 정의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집단 경제 내러티브(Collective Economic Narrative)’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집단 경제 내러티브는 집단 내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내러티브로, 집단 구성원 사이에 공유된 경험과 믿음에 기반해 특정 경제적 사건이나 현상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다.

집단 경제 내러티브 관점에서 경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동적인 시스템이다. 집단의 구성원들이 경험, 믿음, 관점, 가치 체계를 공유하며 특정 내러티브에 공감대를 형성할 때 그 내러티브는 반복적으로 공유되고 강화되면서 집단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또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고 확산된다. 이로써 내러티브는 단순한 개인의 신념이 아닌 집단 전체의 경제적 행동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집단 내러티브 경제학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내러티브가 인간의 행동과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면 더 나은 정책을 설계하고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며 경제적 결정을 최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전략이나 목표를 도입할 때 단순한 지시가 아닌 내러티브를 통해 그 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하면 구성원의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조직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협업과 혁신을 촉진한다. 또한 기업의 미션이나 가치, 브랜드 스토리를 내러티브로 전달하면 고객의 신뢰를 얻는 동시에 차별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적용 과정에서 내러티브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복잡한 사회·경제 문제를 단일한 내러티브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 내러티브의 단순화는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복잡한 현실을 과도하게 축소해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내러티브 경제학이 더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러티브의 형성과 그 영향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내러티브를 균형 있게 고려하고 특정 내러티브가 지나치게 지배적이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러티브 경제학이 ‘네거티브 경제학’으로 변질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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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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