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 김희재 작가의 뮤지컬 첫 도전…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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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내면의 갈등’ ‘사랑’
독립운동가 유일한의 모습 그리다
김희재 작가, 제이슨 하울랜드 작곡가 참여

3년여의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거쳐 완성된 창작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가 지난 11월 19일 첫선을 보였다. 극은 대한민국 최초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실미도’ 및 ‘공공의 적2’, ‘한반도’, ‘국화꽃 향기’ 등을 집필한 김희재 작가와, 브로드웨이 스타 작곡가이자 국내 흥행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데스노트’, ‘웃는 남자’ 편곡자로 활동해온 제이슨 하울랜드(Jason Howland)가 참여해 화제가 됐다. 지난 11일 뮤지컬 개막을 한 주 앞둔 시점, 충무아트센터 라운드 인터뷰 현장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작가와 작곡을 맡은 제이슨 하울랜드, 김희재 작가(사진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작가와 작곡을 맡은 제이슨 하울랜드, 김희재 작가(사진 ㈜올댓스토리)

“유일한 박사가 독립운동을 하게 된 당시, 그는 가진 게 많았어요. 기업도 잘 크고 있었고, 가정도 있었죠. 그런데 50대에 체력, 몸으로 하는 일에 스스로 뛰어들었어요. 그 안에 감춰진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흥미로운 인물이고, 사건이라고 생각했죠.”(-김희재 작가)

지난 19일 개막한 창작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이하 ‘스윙 데이즈’)는 유일한 박사의 실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제약회사 유한양행의 시작이었던 창립자 유일한 박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주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조국을 위해 독립운동가로서 남몰래 자신을 헌신해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유일한 박사의 스토리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흐른 후 CIA 문서 속 ‘냅코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조금씩 세상에 드러났다. 죽을 때까지 비밀리에 묻혀진 존재, 암호명 ‘A’. 뮤지컬 ‘스윙 데이즈’는 이러한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유일한 박사가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라는 뼈대에 상상력과 창작의 살을 붙였다.

*냅코 프로젝트NAPKO Project 1945년 일제 강점기 미국 전략첩보국(OSS, 미국 CIA 전신)이 대한민국의 자주 독립을 위해 한국인 19명으로 구성된 특수 부대를 꾸려 추진하던 첩보 작전으로, 일본의 항복으로 무산됐다. 그들은 모두 A, B, C, D 등 알파벳 암호명으로 불렸고, 죽을 때까지 가족들에게도 작전 참여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에 그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0년대, 그들이 모두 죽은 후였다.

작가 김희재 “뮤지컬 첫 도전, 문법 바꾸며 겸손한 자세로 임해” 
 ”유일한 박사의 갈등과 내면 다룬 이야기 … 격려와 위로가 되는 극이길”

김희재 작가(사진 ㈜올댓스토리)

김희재 작가(사진 ㈜올댓스토리)

Q 유일한 박사의 이야기를 뮤지컬 무대로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희재) 유일한 박사에 관한 콘텐츠를 10여 년 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왔다. 다큐멘터리나 광복절, 3.1절에는 독립운동에 관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플래시몹으로 공개하기도 했었다. 유일한 박사에 대한 이해, 정보가 많이 쌓이다 보니, ‘냅코 프로젝트’가 뮤지컬화 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준비되어 있는 창작자였다.

Q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는가.

이렇게 오랫동안 잊혀져 왔다는 부분이다. 비밀을 지킨다고 서약했지만, 이 사실을 돌아가실 때까지 아무도 몰랐고 돌아가신 뒤에 CIA 문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손녀 분께서 훈장(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는데, 그때까지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조차 비밀을 감춰온, 진짜 에이전트였다는 게 놀라웠다.

Q 뮤지컬 작가로서 첫 도전이 힘들지 않았는가.

힘들다! 상당히 힘들다!(웃음) 내 머릿속에는 기본적으로 카메라 워크가 자연스럽게 입력되어 있다. 줌 인, 클로즈업, 컷 인(Cut-in), 씬 전환 등 …. 그러나 뮤지컬은 공연 시간 내내 무대 전체를 봐야 하는데 감정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가 어려웠다. 스토리작가로,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여러 매체를 넘어오다 보니 새로운 매체에 대한 문법을 겸손한 자세로 배워야 했지만, 이야기를 짓는다는 면에 있어서 내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을 했다. 작곡가 제이슨이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제이슨 하울랜드) 영화에서는 4초간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굉장히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 해당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결정을 내리고, 고민하는지가 잘 느껴진다. 공연은 관객과 무대와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뮤지컬에서는 인물의 갈등과 고민을 보여주기 위해 노래를 한다. 뮤지컬에서는 이렇게 긴장과 갈등이 가장 고조된 상황에서 노래가 나오기 때문에 뮤지컬이란 장르를 좋아하는 거 같다.

김희재 작가(사진 ㈜올댓스토리)

김희재 작가(사진 ㈜올댓스토리)

Q 유일한 박사의 이야기를 보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유일한이라는 인물과 사건이)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이고, 가면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만들게 되면 한번에 수백만 명이 보지만, 보통 그 시대에만 소비가 되고, 이후 똑같은 콘텐츠로는 안 나온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좀 더 오래 전해지기 위해서는 뮤지컬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뮤지컬로 기획이 되었다.

Q 유일한(극중 이름 유일형)을 ‘독립운동가’ 캐릭터에 집중을 했는지, 또는 ‘인간 유일형’이란 캐릭터에 집중했는지 궁금하다.

극이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 시대의 뮤지컬 무대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편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개성을 살리는 창작 과정을 거쳤다. (그 모습이)기업가나, 독립운동가의 모습도 아니었다. 첫 넘버가 ‘미스터 겜블러gambler’다. (유일형은)승승장구하는데도 겜블러로서 도전적이고, 배팅을 하고, 모험을 감행할 수 있는 자신만만한 캐릭터다. 미국에서 사업을 접고 조선에 와서 나이 50세에 총을 쏘고, 훈련을 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극에서 그의 업적 등을 다루기보다는 인물 안에서 내면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갈등을 보여주다 보니 (대중적으로)알려진 유일한 박사의 이야기랑은 다른 창작물을 보여줄 것 같다.

Q 국내 뮤지컬 시장의 경우 여러 회차를 관람하는 마니아들이 많다. ‘스윙 데이즈’도 혹시 그러한 관람 포인트가 있는지?

우선은 유준상·신성록·민우혁 세 배우들이 다르면서도 같다는 점?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랄까(웃음). ‘일형’이란 캐릭터는 단순하지 않은 인물이다. 제가 심어놓은 여러 면 중 배우들도 자신이 끌리는 면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에 따라 입체적으로 다르게 보인다. 세 배우들의 그런 차이점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설명

Q 세 배우가 연기한 유일형의 특징은 무엇인가.

유준상 배우의 경우 ‘독립운동가였나?‘라는 생각을 했다. 독립운동가로서 유일형의 진심이 배어 나온다. 신성록 배우는 ‘미스터 겜블러’ 넘버가 나오는 첫 장면에서 와인 잔을 들고 내려오는데, 멋있다. 파티 장면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 민우혁 배우는 제이슨의 노래가 고음이 많고 어려운데, 그 넘버를 멋있게 소화해낸다. 세 배우의 노래 해석은 모두 다 다르지만, 그 어려운 노래들을 소화해내는 모습 자체가 아름답다. ‘캐릭터를 저렇게까지 자기 것으로 완전하게 만들어서 연기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멋있다.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 “유일한의 인생에 매료돼···” 
 “저항하고 맞서는 스토리에 공감해 작업 결심”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사진 ㈜올댓스토리)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사진 ㈜올댓스토리)

Q 작품의 전체 분위기를 관통하는 넘버는 무엇인가.

(김희재) ‘내가 가야 할 길’?

(제임스 하울랜드) 이 공연이 좋았던 건 다양한 주제를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깊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크게는 저항, 인내, 모험, 스파이가 각각의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심에 있는 메시지는 ‘내가 믿는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내 자신을 어디까지 희생시킬 수 있는가’, 또 ‘내가 믿는 것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가’라는 질문이다. ‘내가 가야 할 길’ 넘버의 경우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스스로를 얼마나 희생할 수 있는지가 집약된 넘버이다.

Q 유일한이란 인물에 대해, 그리고 극중 배경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공부했는가.

유일한 박사의 일대기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이 작품을 시작하기 전, 그분이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로서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시작점 자체가 다가왔다. 그래서 바로 이 분의 인생에 매료되었다.

Q ‘스윙 데이즈’를 통해 작곡가로서 첫선을 보이게 된 소감은.

뮤지컬에 종사한 지 30년 정도가 되었고, 작곡가 데뷔를 하기 전에 10년이라는 교육과정을 잘 거쳐와 다행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브로드웨이에서 온 ‘지킬앤하이드’, ‘드라큘라’나, 한국에서 창작하거나 편곡한 ‘마타하리’, ‘웃는 남자’, ‘데스노트’, ‘시라노’ 등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한국 관객들에 대해 직접 배울 기회를 쌓아왔다. 한국 관객들이 스토리텔링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무대 위에서 노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잘 경험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를 통해 배운 건 스토리텔링은 나라와 상관없이 똑같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경험하고, 놀라움을 보고, 감동을 받고 싶어 한다. 편곡자로 활동한 10년간의 경험과 교훈으로 이번 작곡가 데뷔에 여실히 녹여낼 수 있었다.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사진 ㈜올댓스토리)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사진 ㈜올댓스토리)

공연에서 음악의 역할은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스토리텔링을 가장 잘 서포트하는 것이다. ‘스윙 데이즈’의 경우 시대, 이야기의 성격,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방식으로 노래가 나오게 됐다. 일부 장면에선 (‘007시리즈’의)제임스 본드 분위기의 음악이 쓰이기도 하고, 또 갈등하는 장면에는 불협화음도 적재적소에 사용하려고 했다. 또한 작품에는 세 가지 러브스토리가 나온다. 일형과 일형의 아내의 사랑, 일형과 두 친구(만용과 야스오) 간의 사랑, 조국에 대해 가지는 일형의 사랑. 그래서 감정적으로 굉장히 풍부한 넘버를 썼다.

Q 작품 제안을 받고 참여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작곡가로서 작품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또 나와의 공감 포인트이다. 그리고 나보다 더 큰 세계와도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뮤지컬 작품들을 살펴보면 큰 사건을 주제로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는 배경일 뿐이고, 사실 작은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더라. 이 작품에 첫 매료되었던 것도 극의 중심에 실존 인물(유일한)이 있고, 그 사람을 둘러싼 배경이 큰 사건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는 인물의 갈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국 역사의 특정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작품의 스토리 자체는 아주 보편적인 주제라고 생각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 자신을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 이 이야기에서 그 주제를 발견하고 나서는, 작업할 생각에 기대감이 컸다.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포스터(사진 ㈜올댓스토리)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포스터(사진 ㈜올댓스토리)

Info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기간: 2024년 11월 19일(화)~2025년 2월 9일(일)
시간: 화~목요일 19:30 / 금요일 14:30, 19:30 / 토요일 14:00, 19:00 / 일요일 15:00
*12/18(수) 14:30, 12/25(수), 1/1(수) 14:00, 19:00
*1/2(목) 공연 없음
*월요일 공연 없음

[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올댓스토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7호(24.12.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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