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뮤지컬의 정수 ‘노트르담 드 파리’ 29일까지
초연 프롤로役 ‘다니엘 라부아’ 만나는 마지막 기회
모든 대사가 음악으로 구성된 ‘성스루’ 뮤지컬
“대성당의 시대가 찾아 왔어 /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그들의 역사를 쓰지”(-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대성당의 시대 中)
2005년 한국 초연 당시 화려한 기록을 남기며 뮤지컬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프랑스 뮤지컬의 정수 ‘노트르담 드 파리’가 당시 초연이 열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지난 3일 개막, 내한 20주년을 맞아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한국투어 20주년 기념 이번 투어는 특히 1998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랑스 초연부터 27년 이상 ‘프롤로’ 역을 연기해온 전설적인 배우 다니엘 라부아(Daniel Lavoie)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의미가 깊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불멸의 고전 ‘노트르담 드 파리’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15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 세 인물의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편견, 사회의 부조리를 그려낸다. 1998년 프랑스 초연 이후 현재까지 9개 언어로 번역되어 30개국 이상에서 공연되었으며, 전 세계 누적 관객 수는 1,500만 명을 돌파했다. 모든 대사가 음악으로 구성된 ‘성스루(through-sung)’ 형식인 이 작품의 OST는 발매 당시 프랑스 음반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1,100만 장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지난 20년간 라이선스 6연까지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국내 누적 관객 110만 명 이상을 기록, 한국 관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노트르담 드 파리’는 개막과 동시에 당시 전석 매진에 세종문화회관 기준 최단 기간, 최다입장 관객 갱신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다음해 역시 전년도 입장객 기록을 갈아치우며 역대 가장 화려한 기록을 세운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특유의 시적 언어로 구성된 넘버, 예술성 짙은 다양한 장르의 안무와 독창적인 무대미학으로 “뮤지컬도 예술이다”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한국 공연 시장의 외연을 확장시켰다.
특히 성당 벽에 클라이밍 하듯 매달린 댄서들의 유려한 움직임, 주인공 콰지모도가 분노에 휩싸여 프롤로 주교를 3층 높이에서 계단을 타고 바닥에 굴러 떨어지는 연출, 배우들은 노래에, 댄서들은 춤이라는 전문 영역을 철저히 분업화한 것은 지금까지도 회자가 된다.
추한 겉모습 뒤에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을 지닌 ‘콰지모도’ 역에는 폭발적인 성량과 감성 연기를 선보이는 안젤로 델 베키오(Angelo Del Vecchio)와 섬세한 감정선과 깊은 음색으로 콰지모도의 내면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조제 뒤푸르(José Dufour)가 활약한다. 특히 안젤로 델 베키오는 오리지널 투어에 합류하면서 ‘노트르담 드 파리’를 3개의 언어로 연기한 세계 유일의 뮤지컬 배우가 됐다.
세 남자의 사랑을 받는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역에는 폭넓은 음역으로 자유로운 영혼과 고독한 내면을 완벽히 담아내며 2016년부터 프랑스어 ‘노트르담 드 파리’ 월드투어에서 계속 에스메랄다를 연기한 엘하이다 다니(Elhaida Dani)와, 섬세하고 고혹적인 연기를 선보일 로미나 팔메리(Romina Palmeri)가 출연한다. 근위대장 ‘페뷔스’ 역은 두 여자 사이에서 내면의 갈등과 흔들림을 섬세하게 표현할 존 아이젠(John Eyzen)과 감미로운 보컬과 진중한 무대 매너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플로 칼리(Flo Carli)가 맡았다.
‘대성당의 시대(Le Temps des Cathédrales)’와 ‘아름답다(Belle)’는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으며, 뮤지컬을 넘어 프랑스 대중음악사에도 깊은 족적을 남겼다. 콰지모도와 페뷔스, 프롤로 주교가 함께 부르는 ‘Belle’(아름답다)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프랑스어 싱글 중 하나로 남았다. 여기에 이미 숨을 거둔 에스메랄다를 끌어안은 채 성모 마리아처럼 승천하는 댄서들의 움직임으로 연출한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공연의 클라이막스.
콰지모도와 배우들의 가창 실력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댄서들의 현란하고 압도적인 군무 신이다. 발레, 현대무용, 아크로바틱, 비보잉, 브레이크 댄스, 서커스 등 복합 장르의 고난도 군무를 소화하는 전문 댄서들의 면모가 특히 돋보인 넘버는 ‘미치광이들의 축제’. 커튼콜 때 배우들이 ‘대성당의 시대Le Temps des Cathédrales’ 후크 부분 떼창을 요구할 수 있으니 미리 발음기호를 연습해가는 것도 중요 팁이다.
[글 박찬은 기자(park.chaneun@mk.co.kr)]
[사진 ㈜마스트인터내셔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7호(25.09.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