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질병에서 인간 미생물의 잠재적 역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책이 나왔다. 『것필링』은 2030년을 배경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변화시킬 의학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이는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 모른다.
정신질환도 프로바이오틱스로 막는 시대
『것필링』
‘것gut’은 내장을 뜻한다. “장이 편안한 사람이 정신도 건강하다.”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과학적으로 맞는 말이다. 우리 몸에서 인체 세포가 차지하는 비율은 놀랍게도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몸속에 사는 미생물 군집인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이뤄져 있다. 대부분은 장내 미생물이다. 이들은 인간보다 100배나 많은 유전자를 발현한다. 지난 수년간 의과학계에서는 비만과 당뇨, 아토피, 관절염, 암은 물론 정신 건강까지 장내 미생물과 관련이 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알레시오 파사노 美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소아 위장영양학 석좌교수 겸 하버드대 의대 소아과·공중보건대 영양학 교수와 MGH 홍보 책임자이자 작가인 수지 플래허티가 함께 쓴 책이 나왔다. 이들은 장내 미생물에 관해 우리가 새롭게 알게 된 지식과, 현재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책은 2030년을 배경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의학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도 상상한다. 생후 12개월이 된 아기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등을 거쳐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위험군으로 밝혀졌을 때, 의료진은 이에 맞게 식단을 변경해 보호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대사 프로필을 재건해 ASD 발병을 예방할 수 있는 유전자 교정 프로바이오틱스를 3개월 동안 복용하도록 처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동 도구로 변질된 ‘젠더’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
흔히 생물학적 성(性)은 섹스(sex)로, 사회·문화·심리적 성은 젠더(gender)로 규정한다. 젠더 연구의 권위자이자 세계적 석학인 주디스 버틀러는 1990년 『젠더 트러블』을 출간하며, 젠더를 고정된 본질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위의 산물로 보는 수행성 이론을 개진해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젠더를 공격하는 이들도 늘었다. 버틀러 역시 2017년 학회 참석차 브라질에 방문했을 때 성난 군중을 마주했다. 그들은 버틀러를 “악마, 마녀”로 부르며 비판했다. 이들은 대체 누구이며 왜 그토록 맹렬히 젠더를 거부하는가. 버틀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젠더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반(反)젠더’에 선 이들은 바티칸과 복음주의 미국 교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전 세계 우파 정당과 정권이 있다. 젠더는 기독교 세력과 극우 정당의 선동 도구가 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글 송경은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7호(25.09.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