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BNK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 등 지방 금융그룹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 지역금융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성 저하,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을 고려하면 통합을 통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오히려 지방 금융그룹의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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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호남을 대표하는 BNK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지역금융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챗GPT)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최근 BNK금융과 JB금융 이사회에 양사 합병 추진을 제안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방은행의 독자 존속이나 시중은행 전환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양사 합병을 ‘유일한 시장주도형 해법’으로 제시했다. 합병 시 총자산 234조원 규모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해 시중은행 과점체제에 실질적인 경쟁 압력을 가하는 ‘제5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구상이 지방은행이 지역에서 쌓아온 영업 기반과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지방은행은 수십 년간 특정 지역에서 영업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기업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지역 부동산과 상권, 기업의 자금 사정 등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에 활용되는 등 시중은행과 차별화되는 지역밀착 금융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특히 두 그룹이 통합되면 지역마다 다른 기업대출 전략을 하나의 그룹 차원에서 조율해야 하는 만큼 특정 지역이나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BNK금융 산하 BNK부산·경남은행과 JB금융 산하 광주·전북은행의 기업대출 포트폴리오도 무게중심이 다르다. 지난 3월 말 부산·경남은행의 제조업 대출은 20조 6839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의 29.6%를 차지했다. 반면 광주·전북은행의 제조업 대출은 2조 552억원으로 7.9%에 그쳤다. 반대로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광주·전북은행이 10조 5324억원으로 기업대출의 40.4%를 차지했고 부산·경남은행은 17조 797억원으로 24.5%였다.
통합 금융그룹의 영업 범위가 영·호남으로 넓어지면서 사실상 시중은행과 유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지역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지역 고객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금융은 지역 소상공인과 기업, 주민에게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하고 지역 내 경제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해왔다”며 “영·호남은 지역색과 산업 기반이 다른 만큼 하나의 그룹 전략 아래 묶일 경우 지방금융의 역할이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금융 위축 우려와 별개로 실제 합병 과정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합병비율에 따라 통합 금융지주에서 기존 주주가 갖게 될 지분과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어 주주 설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시한 예시를 보면 JB금융이 존속할 경우 BNK금융 주식 1주당 JB금융 신주 0.69주를 받는다. 반대로 BNK금융이 존속하면 JB금융 주식 1주당 BNK금융 신주 1.46주를 받는 방식이다.
양사의 주요 주주 구도도 다르다. 현재 BNK금융과 JB금융의 시가총액은 각각 5조 6666억원, 5조 2523억원 규모다. JB금융은 삼양사 등이 지분 14.99%, 얼라인파트너스가 14.69%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BNK금융은 롯데쇼핑과 부산롯데호텔 등 롯데 측이 지분 10.82%를 보유하고 있으며 얼라인파트너스 지분은 1% 수준이다.
JB금융에서 주요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가 BNK금융에서는 상대적으로 지분 영향력이 작은 셈이다. 합병비율에 따라 삼양사와 롯데 측 등 기존 주요 주주가 통합 금융지주에서 갖게 될 몫도 달라진다. 어느 금융지주를 존속회사로 둘지, 양사의 기업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따라 주주별 이해가 엇갈릴 수 있어 합병 필요성과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금융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시중은행과 경쟁할 규모를 만드는 것이 곧 지역금융을 살리는 해법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지방 금융그룹이 지역에서 해온 역할까지 고려해 통합의 득실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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