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송인 노홍철 씨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미국의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 메타에서 이례적인 광고 제안을 받았다. 중개인 없이 메타가 바로 연락해왔고 계약도 메타와 직접 맺었다. 광고 제작 방식 역시 간소했다. 노씨는 촬영 현장에 잠깐 얼굴만 비추고 나머지는 대역 모델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마무리했다. 영상 편집도 한 명이 도맡았다. 대행사와 광고회사, 대규모 촬영장과 스태프도 없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의 저서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에 나온 사례다.
인류의 생활상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AI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AI 세상을 진단하고 예견하는 10권의 명저를 통해 그 답의 단서를 찾아봤다.
◇불편함을 견디는 자가 살아남는다
개인적 차원에서 우리는 AI와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 이선 몰릭은 <듀얼 브레인>에서 AI를 인간 사고를 확장하는 ‘동료 지능’으로 정의한다. AI를 외면하면 도태되지만 ‘두 번째 뇌’처럼 활용하면 압도적 생산성과 지적 우위를 갖춘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과 AI의 협업 방식으로 역할을 나눠 강점을 극대화하는 ‘센타우르’형과 경계 없이 결합하는 ‘사이보그’형을 제시한다. 어떤 방식이든 핵심은 인간의 능동성이다. AI에 판단을 넘기는 순간 인간 역량은 조용히 퇴화한다.
문제는 AI 능력이 좋아질수록 인간의 감각이 퇴화한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위치정보시스템(GPS) 덕에 길을 잃지 않는다. 낯선 도시를 헤매다가 우연한 풍경과 마주치는 경험도 사라지고 있다. 크리스틴 로젠은 <경험의 멸종>에서 기술이 삶을 ‘직접 경험’에서 ‘간접 경험’으로 바꾸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과정에서 호기심과 탐색 능력도 약해진다.
그의 처방은 단순하다. ‘기술이 설계한 편리한 기본값을 거부하라.’ 때로는 지도만 들고 길을 찾고, 손으로 뭔가 만들며, 화면 대신 사람을 마주하는 ‘불편한 경험’을 남겨둬야 한다. 갈등은 차단으로, 감정은 스크롤로 회피하는 시대일수록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이 곧 역량이 된다. 세계를 몸으로 통과하며 얻는 감각만큼은 인간의 것으로 남겨야 한다.
◇의미를 묻는 자만 살아남는다
인류는 무엇으로 AI와 구별될까.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묻는다. 알고리즘이 감정을 예측하고 의사와 판사보다 정확하게 판단한다면 인간 고유성은 어디에 남나. <사피엔스>에서 인류의 힘을 ‘허구를 믿는 협력 능력’에서 찾은 그는 AI 시대에는 그 서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아가 <넥서스>에서는 스스로 판단하는 AI가 민주주의 정보 생태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추적한다. 인간 고유성의 위기는 철학적이자 정치적 문제다.
스튜어트 러셀은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에서 AI가 끝내 풀 수 없는 문제로 ‘인간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짚는다. 인간은 욕망을 완전히 알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변덕을 부리며 때로는 모순되게 행동한다. 러셀은 이 불완전함과 모순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본다. 따라서 AI의 위험을 줄이려면 인간의 의도를 확신하지 못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명적 안전벨트를 매야 할 때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다론 아제모을루와 사이먼 존슨은 <권력과 진보>에서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식으로만 발전하면 사회는 극단적 양극화와 ‘디지털 봉건주의’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AI를 ‘인간 보충적 기술’로 이끌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시민사회와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헨리 키신저와 에릭 슈밋은 <새로운 질서>와
에서 이 문제를 국제 질서와 문명 차원으로 확장한다. AI는 인간의 세계관 자체를 바꾼다. 인간 이성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근대 계몽주의의 전제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AI의 등장으로 흔들리고 있다.이들이 강조한 것은 AI와 공존할 새로운 철학적·제도적 질서다. AI 무기 제한 협정, 정보 왜곡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장치가 필요하다. AI 시대 과제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을 ‘문명적 안전벨트’를 갖추는 데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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