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해파리 만개' 펴낸 김초엽 작가 인터뷰
인간에 버림받은 인공의식 등
쓸모없는 존재 그린 6편 담아
존재보다 쓸모 중요시하면
'AI가 인간 대체' 공포 커져
타인 마음·감정 이해 못하는
그 한계가 인간다움의 본질
거대 기업 '시놉시스'가 로봇과 드론을 앞세워 모든 것을 감시·통제하는 미래도시. 인간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시놉시스의 칩을 심고 고용돼 살아가거나, 미고용 상태로 각자도생하거나. 쓸모없어진 기계와 인간은 쓰레기로 뒤덮인 '플라스틱 아일랜드'에서 근근이 살아간다.
통제에 저항하고 시놉시스의 인권유린 현장을 고발하는 '도시탐사대'의 일원인 '타래'는 플라스틱 아일랜드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자연 증식한 해파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던 것. 특별한 의지 없이 공중과 지상을 부유하기만 하는 해파리 무리는 어느덧 도시까지 흘러들 정도로 급증하고, 인프라스트럭처들은 마비된다. 쓸모없는 것과의 공존보다 배제에 익숙한 시놉시스가 해파리 제거에 혈안이 된 가운데 사람들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쓸모없다고 밀려난 존재들은 정말 불필요한가.
존재보다 쓸모가 우선시되는 세태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묻는 한국의 대표 공상과학(SF) 소설가 김초엽의 단편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이 그리는 미래 세계다. 최근 매일경제와 서면으로 만난 김 작가는 "타자가 어떤 존재인지 깨닫기 전에 이미 우리의 세계에 침투해 있고, 그것을 사후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공존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쓸모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미 내 세계에 침투해 있던 다른 존재들과 어떻게 살 것인지, 혹은 내가 바로 그런 존재일 때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표제작 격인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등 엽편·단편 소설 6편을 묶어낸 그의 두 번째 짧은 소설집 '해파리 만개'가 최근 출간됐다. 그는 2019년 SF 사상 첫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75쇄, 45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한국문학계를 뒤흔든 바 있다.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해 다음달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SF를 현실을 '다르게' 보는 장르라고 정의하는 그는 이번 작품에 무용해 보이거나 쓸모없어 버려진 존재들을 여럿 등장시킨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인공의식을 다룬 '사각의 탈출', 청소 노동에서 로봇에 밀려나 소외된 채 살아가는 아주머니를 그린 '끈적이' 등이다. 무용한 존재와의 공존 가능성을 묻는 미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인간이 느끼는 불안의 실체가 되레 선명해진다. 인공지능(AI)에 대체될 수 있다는 위협이다. 기능을 박탈당한 인간은 세상과, AI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인간이 잘하거나 잘해왔던 건 대부분 가까운 미래에 AI들이 더 잘하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인간이 '잘할 수 없는 것'에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복제될 수 없고, '1인칭'이라는 관점을 넘어설 수 없다는 인간의 한계 말이죠. 그래서 타인의 마음과 감정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죠. 우리를 영원히 고독하게 만들지만, 또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애쓰게 하는 인간의 존재 조건이 AI와 다른 '고유성'을 만들어낼 거예요."
2017년 단편 '관내분실'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김 작가도 내년이면 데뷔 10년을 맞는다. 장편소설 2편, 중편소설 1편, 단편 소설집 6편 등 자유로운 형식과 시공간 속에서 '오늘'을 이야기해 온 그는 앞으로 어떤 소설을 생각하고 있을까. "소설은 저에게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고, 타인을 만나는 채널이에요. 소설은 독자에게 닿아야 의미가 있는 만큼, 어려운 이야기를 다루고 싶을 때 더욱 진입장벽을 낮추려고 고민하는 편이에요. 무거움이 아니라 가벼움으로 시작해 어느새 다른 세계에 도달해 있고,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그런 소설을 추구해요. 쉽지는 않겠지만 평생 저의 도전 과제가 될 것 같아요."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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