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블루칼라' 인기 급증...미국서 배관, 정비 등 직업학교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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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직업 훈련 학교 모습 / EPA 연합뉴스

미국 직업 훈련 학교 모습 / EPA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시대 미국에서 배관·전기·자동차 정비 등 기술직을 노린 직업학교 진학이 늘고 있다. 대학 학위의 가치에 대한 회의가 커지는 가운데 저렴한 교육 경로가 포화되면서 학생들이 예상보다 큰 학비 부담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젊은 미국인들은 수요가 많은 블루칼라 직업을 얻기 위해 직업학교로 향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기술직이 빚 없이 안정적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길"이란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직업 중심 커뮤니티칼리지의 등록도 크게 늘었다. 내셔널스튜던트클리어링하우스 자료에 따르면 직업교육에 초점을 둔 커뮤니티칼리지 등록자는 2020년 이후 거의 20% 증가했다. 대학 학위보다 기술 자격과 빠른 취업을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진 결과다.

문제는 이 과정들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점이다. 올해 초 필라델피아의 지역 증기배관공 노조 견습 프로그램은 85명 정원에 609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공구업체 디월트의 최근 조사에서는 학생의 52%가 고등학교 직업교육 프로그램에서 대기 명단에 올랐다고 답했다.

무료나 저비용 교육 과정이 빠르게 차면서 더 비싼 민간 직업학교로 이동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높은 등록금이라는 뜻밖의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민간 직업학교의 학비는 수만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미국 교육부가 관리하는 교육비 목록에 따르면 뉴저지의 9개월 미용 과정은 1만7000달러, 플로리다의 14개월 항공정비 과정은 4만달러다. 기술직 교육이 대학보다 저렴하다는 인식과 달리 일부 프로그램은 학생과 가족에게 상당한 재정 부담이 된다.

WSJ가 사례로 든 26세의 샤이히어 윌리엄스 사례는 이런 부담을 보여준다. 그는 처음에는 법률 분야 진출을 원했지만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대학을 그만뒀다. 이후 기술직이 더 적은 빚으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2024년 지역 직업학교의 2년제 냉난방공조 기술자 과정에 등록했지만, 2만5000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재정 지원과 할머니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1년 뒤 중도 포기했고, 이미 1만3000달러를 학비로 쓴 상태였다.

윌리엄스는 "그 돈이면 차를 살 수도 있었고 작은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직업학교가 학생들에게 빠른 취업 경로로 제시되지만, 중도 탈락할 경우 빚이나 비용만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직업학교 학생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배경에서 온다는 점에서 학비 부담은 더 크게 작용한다.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폴 오스터먼이 2022년 미국 성인 6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업학교는 '저소득층 학생'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 영리 직업학교 학생의 평균 가구소득은 약 6만2000달러였다. 다른 응답자의 평균 가구소득 8만1000달러보다 낮다. 학비 부담이 더 큰 계층일수록 고가 민간 교육으로 밀려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직업교육 시장의 핵심은 수요 확대가 학생의 부채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공·노조 교육의 공급을 늘리고 민간 교육의 성과를 검증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고가 프로그램에 진입한 학생이 중도 탈락하거나 기대한 임금을 얻지 못하면 ‘빚 없는 블루칼라 경력’이라는 약속은 흔들릴 수 있다.

WSJ는 "미국 직업학교 붐은 대학 대안의 성장인 동시에 교육비와 감독 체계의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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