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현상에 대한 위기감 때문일까. 23~25일 제주에서 미래목회포럼(대표 황덕영 목사) 주최로 ‘AI 혁신의 시대, 목회 리더십’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목회 리더십’을 발표한 기독교대한감리회 김학중 목사(안산 꿈의교회)는 27일 “목사 대신 AI에 외로움과 자기 고민을 얘기하고 상담받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AI에 고민을 상담한다니 놀랍습니다.
“아무리 목사에게라도, 자신의 치부나 어려움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아요. 그런데 AI는 완벽하게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습니까. 듣는 쪽의 생각이나 반응을 걱정하거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요. 시간과 장소의 구애도 없지요. 또 ‘즉시성’도 AI를 찾는 이유 중 하나에요.”
“목사 등 종교인의 고민 상담은 보통 그 자리에서 답을 주기보다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숙성’ 과정을 거쳐요. 시간이 걸리는 거죠. 그런데 AI는 바로 피드백을 해주니까…. 더군다나 몇 번만 질문과 대답을 하다 보면 알고리즘에 의해 원하는 답, 듣고 싶은 말을 해주니까 점점 더 빠지는 거죠.”
―AI가 작성한 기도문이나 설교문은 수준이 어떻습니까.
“제가 설교 원고를 작성한 뒤, AI에 ‘요즘 설교 트렌드랑 비교하면 어떤 것 같으냐’고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비평가보다 놀랍도록 세세하게 평가해주더군요. 국내외를 망라해 요즘 대중이 선호하는 목사들과 그들의 설교를 전부 분석해 비교해 주는 거죠. 그리고 사용자가 요구하는 형식으로 다시 재정리해 주고요. 설교를 듣는 사람들의 성향과 연령대, 시기, 사회적 이슈 등까지 고려해 작성해 주니….”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이죠. 설교는, 우리 표현으로 하면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받아서,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서 작성해 신도들에게 전하는 건데 AI는 그게 아니니까요. 말은 번드르르하겠지만, 프롬프트를 읽는 것과 다를 게 뭐겠습니까. 이러다가 자칫 종교가 설 자리를 잃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부터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인 게 이번 콘퍼런스지요.”
“우리 교회에선 AI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외국에 보내주고 있어요. AI를 활용하면 제작은 물론 아프리카 오지 부족 언어로 더빙도 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사람이 가기 힘들고 위험한 곳까지 선교가 가능하지요.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더 빠지는 사람이 많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AI는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을, 진심을 담아 얘기해줄 수 없다는 점이지요. 슬기롭게, 시대에 맞게 활용하는 지혜를 교회가 나서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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