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거들 뿐…뉴스는 인간이 책임져야"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효재)과 6개 언론 단체가 인공지능(AI)을 뉴스 생산에 활용하기 위한 윤리 준칙을 발표했다. 취재와 기사 작성, 이미지 생성 등 뉴스 제작 전반에 AI 활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법률적·윤리적 부작용을 예방하고 언론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다.

이들 단체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AI에 대한 인간의 관리와 감독, 책무성, AI의 활용 범위 등을 규정한 '언론을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 준칙'(준칙) 10개 조항을 발표했다.

이태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은 "AI는 제3의 창세기라고 할 만큼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뉴스를 만들고 기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구조와 틀을 위협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준칙은 콘텐츠 생산자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기준을 담고 있어 개별 언론사의 준칙 개정을 돕고 현장 기자들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준칙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신문협회·한국방송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한국온라인신문협회 등 6개 단체가 3월부터 공동 운영한 'AI시대 뉴스 저작권 포럼'을 통해 마련됐다. 김명수 매경닷컴 대표 등 언론인, 법조인, 학자, 산업계 인사 11명이 준칙 제정 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다.

준칙 제정 분과 위원장을 맡은 배정근 전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한국신문협회 신문발전연구소장)는 "본 준칙은 언론이 공적 책무를 수행하며 발전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기성 언론사 조직뿐 아니라 뉴스 형식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모든 행위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준칙은 '인공지능은 뉴스 생산에서 보조적 수단이어야 하며 인간의 관리와 감독하에 사용돼야 한다'(제1조)고 가장 먼저 강조한다. 뉴스 생산에서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각 언론사가 AI의 사용 목표와 방침, 범위, 조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구성원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뉴스 생산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 언론은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 법률적·윤리적 책임을 진다'(제2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생산하는 뉴스 콘텐츠는 반드시 사실 확인 및 적절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제3조) 등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는 조항을 제시한다. 이들 조항은 부칙을 통해 AI가 생산한 오류에 대한 수정 및 공시 의무, 사실 왜곡 콘텐츠에 대한 폐기 의무 등을 규정한다.

배 전 교수는 사실 확인 및 검증 의무를 강조한 제3조에 대해 "뉴스가 다른 콘텐츠와 다른 것은 언론에서 사실 확인이 이뤄진다는 것"이라며 "뉴스는 진실성이 생명이므로 AI가 만든 콘텐츠를 검증 없이 보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제4조는 AI의 활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자료 조사나 기획, 번역, 녹취, 시각화 자료 생성에는 AI를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고, 날씨나 주가, 기업 공시, 재난, 스포츠 등 분야에서 객관적 데이터를 자동화 방식으로 보도하는 경우에도 AI를 쓸 수 있다. AI를 이용한 뉴스 제목 추출과 내용 요약은 기사 내용과 맥락에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AI로 사진·영상·오디오를 변형하는 행위는 사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위원들은 AI 시대의 초창기인 지금 시점에서 준칙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미리 규범을 만드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준칙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 준칙은 인공지능 기술 발달에 따라 개선될 수 있습니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배 전 교수는 "윤리적 규범은 현상이 먼저 있고 후행적으로 만드는 것인데 이번 준칙은 선행적으로 만든 측면이 있다"며 "이 부분이 저희가 제일 힘들었고 고민을 많이 한 지점"이라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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