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시장에도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화두다. AI가 프라이빗뱅커(PB)를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초고액자산가 관리 현장을 들여다보면 답은 정반대다. AI의 활용 영역이 넓어질수록 PB의 역할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명확해지고 있다.
초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는 단순한 자금 운용을 넘어 ‘복합적 결정의 연속’이다. 기업 지분, 비상장 투자, 부동산, 가업 승계 등 수많은 변수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이때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시장 변동성이 아니다. 분위기에 휩쓸린 성급한 선택이다. 단 한 번의 무리한 결정이 수십 년간 쌓은 자산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AI 시대의 PB는 수익을 좇는 공격수가 아니라 시스템이 놓친 위험을 막는 최종 방어자가 돼야 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자산 간 상관관계와 포트폴리오의 취약점을 인간보다 빠르게 포착한다. 하지만 AI는 고객 ‘삶의 맥락’까지는 읽어내지 못한다. 자금이 필요한 구체적 시기, 감내할 수 있는 심리적 손실 한계, 가문의 철학 등 정성적인 요소는 사람만이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다. AI가 위험 신호를 보내면 그것을 감수할지 회피할지 결정하는 책임은 인간에게 남는다.
최근 금융권에 도입된 AI 기반 자산관리 시스템은 이런 협업 구조를 잘 보여준다. 국민은행 PB 에이전트 시스템은 AI가 고객 자산 현황과 과거 의사결정 이력, 잠재적 리스크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PB는 자료 수집과 분석 같은 단순 업무에서 해방돼 자산의 거시적 방향과 속도를 점검하는 본질적 고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정보가 범람하고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자산관리의 핵심은 더 신중하고 장기적인 안목에 있다. 이것이 AI가 고도화하는 시점에도 초고액자산가들이 여전히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이은미 KB골드&와이즈더퍼스트 반포센터 P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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