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빠른 추격자' 전략 끝…'이것' 못하면 도태,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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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서일 고려대 명예교수 저
송나라는 앞선 기술에도 산업·정보혁명 실패
기술력 그 자체보다 주어진 환경이 더 중요
AI시대에는 '어떻게'가 아닌 '왜'에 집중해야

직지심체요절. 뉴스1

직지심체요절. 뉴스1

송나라는 18세기 영국보다 700년 앞서 석탄을 다뤘다. 고려는 구텐베르크보다 78년 먼저 금속 활자를 만들었다. 그런데 왜 송나라는 산업혁명에 실패했고, 고려는 정보 혁명을 이끌지 못했을까.

채서일 고려대 명예교수는 신간 <불·바퀴·문자·화폐>에서 무엇이 한 국가에 속한 기업들의 성패를 가르는지 추적한다. 에너지를 다루는 불, 거리를 정복한 바퀴, 정보를 기록한 문자, 신뢰를 추상화한 화폐가 어떻게 기업들의 운명을 갈랐는지 역사적으로 되짚는다.

저자는 다윈의 ‘진화론적 렌즈’를 통해 송나라와 고려가 산업혁명과 정보 혁명에 실패한 원인을 풀어낸다. 기술의 성패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환경과 선택 압력이 결정적이었다는 관점이다. 돌이켜보면 풍요로웠던 송나라와는 달리 영국에게는 절박함이 있었다. 좁은 섬에서 목재 위기와 탄광 침수라는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금속 활자가 있었지만, 한자가 지나치게 복잡했고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시장도 작았다.

때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목적이 중요할 때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한 코닥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방치하고 필름이라는 자기 정체성에 갇혀 있었다. 필름이라는 기술 그 자체에 지나치게 집중한 것이다.

저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끝없이 발전하고 있는 지금, 역사적으로 국가와 기업의 흥망을 가른 요인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AI의 발전으로 ‘범용화된 완벽함’ 시대에 가까워졌다고 주장한다. AI가 인지 노동을, 로봇이 육체노동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AI가 코드와 데이터까지 범용재로 만든 세계에서는 무형 자산조차 차별화의 원천이 될 수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 저자는 질문의 가치에 주목한다. 그는 “기계가 모든 ‘어떻게(How)’를 장악한 세상에서, ‘왜(Why)’는 인간의 마지막 독점 영역”이라고 말한다. 왜 도구를 써야 하는지 정의하고, 모든 자원을 그곳에 집중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 경제를 이끈 ‘빠른 추격자’ 전략은 끝났다며 ‘왜’를 정의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AI 시대, '빠른 추격자' 전략 끝…'이것' 못하면 도태, 신간 <불·바퀴·문자·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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