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다 망하진 않는다"…美 소프트웨어주 '옥석 가리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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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8 08:16 수정2026.04.28 09:13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용시장의 평가를 보면 같은 소프트웨어 업종이라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이다. 산업군을 깊이 있게 분석하며 고객과 밀접한 네트워크를 갖는 기업과 AI로 대체되기 쉬운 기업의 위험이 다르게 반영되고 있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AI가 소프트웨어 업종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며 SW기업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사모대출 펀드에서 기록적 자금 유출을 촉발했고 새로운 형태의 신용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WSJ이 100개가 넘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대출 신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말 이후 평균적으로 대출 가격은 크게 하락했지만 세부 업종별 낙폭은 크게 달랐다. WSJ는 모닝스타 LSTA 미국 레버리지론 지수에 포함된 소프트웨어 기업의 선순위 담보대출 가격을 분석했다. 이 지수는 은행이 주선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대출 가격을 반영한다.

은행 주선 대출은 사모신용 펀드가 보유한 대출과 달리 활발하게 거래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WSJ는 "최근 가격 흐름은 AI 충격이 업종 전체를 같은 방식으로 때리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가장 방어력이 강한 분야는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버티컬 소프트웨어로 분석됐다. WSJ이 S&P글로벌 프라이스뷰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버티컬 소프트웨어 대출 40개는 지난 1월 20일 이후 지난 23일까지 달러당 평균 4.2센트 하락했다.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 대출 상품 19개는 평균 5.3센트 떨어졌다. 반면 수평형 소프트웨어 대출 33개는 평균 8.8센트 하락했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대출 6개는 평균 16.3센트 급락했다.

대출 가격의 출발점도 중요했다. 1월 20일 기준 달러당 95센트 이상에서 거래되던 대출은 이후 평균 4.5센트 하락했다. 반면 95센트 미만에서 거래되던 대출은 평균 10.5센트 떨어졌다. 이미 시장이 재무나 사업 안정성에 의문을 품고 있던 기업일수록 AI 우려가 더 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는 AI 위험이 기존 취약성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버티컬 소프트웨어가 상대적으로 덜 흔들린 이유는 좁은 산업 영역에서 구축한 진입장벽에 있다. 버티컬 소프트웨어 기업은 앤트로픽 같은 기업과 경쟁해도 버틸 수 있는 방어적 해자를 찾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CCC 인텔리전트솔루션스는 자동차 보험 청구 처리 과정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렐러티비티는 법률 데이터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리얼페이지는 다가구 임대주택 운영업체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부 기업은 은행이나 로펌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고객을 돕는다. 이런 고객은 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데이터가 훼손되거나 유출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새 소프트웨어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반면 수평형 소프트웨어는 특정 산업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이 분야 안에서도 평가는 엇갈린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알리 벤다르카위 수석 기술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업무 흐름에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이 아니라 그 업무 흐름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를 찾고 있다"며 "해당 소프트웨어가 실패할 경우 실제 사업 차질이 발생하는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세금 준수 소프트웨어 업체 아발라라,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운영하는 SUSE, 급여 처리 등 인적자본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UKG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들 제품은 기업 운영의 핵심 절차와 연결돼 있어 대체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반면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돕는 클릭과 퀄트릭스는 더 큰 우려를 받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런 업무가 AI 발전으로 범용화될 수 있다고 본다. 판매 관련 문서 작성을 자동화하는 콩가 같은 문서 생성 소프트웨어도 취약한 분야로 평가됐다.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의 전망은 투자자 사이에서 논쟁적으로 평가된다. 앤트로픽이 최근 새로운 AI 모델 ‘미소스’에 제한적 접근만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AI가 사이버공격을 돕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는 공격이 늘어날수록 기존 사이버보안 제품 수요도 커질 것으로 본다. 이들 제품은 새로운 AI 기술을 덧붙여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 결과 이메일 보안을 전문으로 하는 프루프포인트와 노턴 360을 만드는 젠디지털의 대출 가격은 지금까지 비교적 제한적인 하락에 그쳤다. 누빈의 스콧 캐러허 선순위대출 책임자는 사이버보안이 소프트웨어 안에서도 매우 강한 순풍을 가진 하위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AI가 공격 도구가 되는 동시에 방어 수요를 늘리는 이중 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용 소프트웨어다. 새로운 AI 도구가 코드를 작성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개발자를 위한 소프트웨어는 최근 매도세에서 특히 취약한 평가를 받았다. 아이데라, 스마트베어, 퍼포스의 대출 가격은 1월 말 이전부터 하락하고 있었고, 이후에는 달러당 80센트 아래로 급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들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심각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다만 투자자들도 아직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노이버거버먼의 조 린치 비투자등급 신용 책임자는 "AI가 제기하는 위협이 모두의 머릿속에서 아직 다소 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사업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판단이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신용시장의 핵심은 AI 대체 가능성과 업무 필수성의 차이를 어떻게 가격에 반영하느냐에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정 산업에 깊이 들어가 민감한 데이터와 핵심 절차를 다루는 버티컬 기업은 방어력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데이터 시각화, 문서 생성, 개발 보조처럼 AI가 직접 기능을 잠식할 수 있는 분야는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WSJ는 "소프트웨어 업종 전체를 하나의 성장 산업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AI 시대에 살아남을 기업과 신용위험이 커질 기업을 선별하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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