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만원 달라 했다가…간호조무사 실습생이 들은 법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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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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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병원에서 실습교육을 받은 교육생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다시 나왔다. 2심 재판부는 교육생이 병원에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해, 병원이 부당이득액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4부(재판장 이문세 부장판사)는 간호조무사 A씨가 B병원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A씨는 간호조무사 학원에서 이론교육을 받은 뒤, 2022년 4월부터 9월까지 780시간의 실습교육을 B병원에서 받았다. 실습을 마친 A씨는 국가시험에 합격해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듬해 A씨는 자신이 병원에서 실질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며 B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022년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을 기준으로 780시간에 해당하는 714만여 원을 요구했다. A씨는 "실습 기간 동안 병원의 지휘·감독 아래 실질적인 근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교육훈련을 받은 것일 뿐, 임금을 목적으로 한 근로 제공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1심 "근로자는 아니지만, 부당이득은 성립"

1심 법원은 병원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김관중 북부지법 판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 대가로 보수를 받기로 하고 근로 제공 관계가 성립해야 하지만, A씨와 병원 모두 근로 대가 수수 의사는 없었다"고 했다.

다만 김 판사는 병원이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A씨를 업무에 투입한 점을 들어 A씨가 요구한 금액의 절반가량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사상 부당이득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가령 A씨는 20주 교육기간 중 뇌신경센터에서만 7주간 환자 안내, 맥박·혈압 체크, 의료폐기물 처리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인력이 부족해지자 타 부서에서 일하다가 급하게 뇌신경센터에 재배치되기도 했다.

김 판사는 "B병원은 책임간호사가 간호조무사 실습생의 부서 배치와 출결을 관리할 뿐, 실습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담당 직원이 없다"며 "실습생에게 단순·반복 업무를 장시간 수행하게 하고, 병원의 부족한 인력을 일시적으로 대체하는 방편으로 실습생의 노동력을 활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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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근로 제공했다고 볼 수도 없어"

2심 재판부도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 병원은 A씨가 다닌 학원의 실습교육 위탁에 따라 교육을 진행했고, 실습 기간이나 요일 및 이수 시간은 모두 학원이 확정해 통지했다"고 했다. 이어 "A씨는 병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병원도 특정 명목의 급여를 지급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A씨가 병원에 노동력을 제공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1심에서 인정됐던 부당이득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수행한 업무는 실제 간호조무사가 이행하는 업무로, 현장 실습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업무가 단순·반복적이고 부서가 자주 바뀌었다고 해서 근로관계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2심 법원은 A씨가 독립적으로 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 같은 실습생이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1인 이상의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항상 옆에서 지켜봤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현장실습생의 성격을 넘어 병원 근로자로서 노무를 제공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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