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취업자 3년새 100만명 늘어…일자리 질은 떨어져

1 week ago 15

11일 경기 하남 망월동 종합운동장 제2체육관에서 열린 ‘2025 하남시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취업 공고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1일 경기 하남 망월동 종합운동장 제2체육관에서 열린 ‘2025 하남시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취업 공고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경기 안산시의 염색 업체 A사. 30여 명의 전체 직원 중 절반 가까이가 60대가 넘었다. A사 대표 김모 씨(67)는 “젊은 사람들이 안 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이가 많은 숙련공들만 남게 됐다”며 “그나마 자동화 기술이 많이 도입돼 고령의 직원들도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처음으로 700만 명을 넘어선 건 고령층 인구가 크게 늘어난 데다 나이가 들어서도 생계 등을 위해 계속 일을 하려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층 취업자의 상당수가 정부의 일시적인 일자리 사업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면서 20대 고용 한파는 지속됐다.

● 3년새 100만 명 넘게 늘어난 60세 이상 취업자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7만 명 늘어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취업자는 60세 이상과 30대(13만2000명)에서만 늘었다. 40, 50대에선 취업자가 10만7000명 줄었고, 15~29세 청년층은 15만 명 감소했다. 지난달 늘어난 전체 취업자의 상당수를 60세 이상이 채운 셈이다.

11일 경기 하남 망월동 종합운동장 제2체육관에서 열린 ‘2025 하남시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취업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1일 경기 하남 망월동 종합운동장 제2체육관에서 열린 ‘2025 하남시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취업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고령층 취업자는 최근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20년 512만1000명이었던 60세 이상 취업자는 2022년 600만 명을 웃돈 데 이어 최근 3년 새 100만 명 넘게 증가했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늘면서 취업자와 실업자를 더한 경제활동인구도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000만 명을 넘어섰다.하지만 ‘일하는 노인’ 대부분은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60세 이상 취업자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며 “사회복지서비스업에는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직접 일자리 사업은 대부분 연간 단위로 운영돼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60세 이후에도 일할 필요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며 “노년층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고용의 질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내수 부진 직격탄 맞은 청년 고용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 모습. 2025.5.14/뉴스1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 모습. 2025.5.14/뉴스1

고령층과 반대로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달에도 12만4000명 줄어드는 등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청년층의 취업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점업, 제조업 등이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이들 업종의 고용이 회복되는 시점도 늦어지고 있다.

지난달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만7000명 감소하며 1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감소 폭 자체도 2021년 11월(―8만6000명) 이후 가장 컸다. 내수 부진에 지난해 조사 주간에 포함됐던 석가탄신일까지 빠진 탓이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주점 및 음식점업에서 취업자 수가 크게 축소되면서 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취업자 역시 1년 전보다 6만7000명 줄었는데, 내수와 밀접한 분야의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공업 제품이나 전자·컴퓨터 부품, 의류 등 내수와 관련된 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건설업의 경우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0만6000명 감소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모두 전달보다는 취업자 감소 폭이 축소됐지만 각각 11개월, 13개월째 취업자 수가 줄고 있다.

정부는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안 마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임기근 신임 기재부 2차관은 이날 기재부 기자실을 찾아 “경기 진작과 민생 안정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들로 구성해볼 생각”이라며 “속도감 있게 진행하더라도 효과를 점검해가며 알뜰하게 사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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