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구출-기관사 임무’ 진위 논란
국가유산청 “전문가 의견 모을 것”
“대명률 이어 또” 부실심의 목소리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현재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129호는 “6·25전쟁 중 북한군에 포위된 윌리엄 F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 적진으로 돌진한 기관차”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 작전에 투입된 기관차는 129호가 아니라 219호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심지어 구출 작전도 없었다는 논란까지 일며 결국 재심의에 착수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근현대 문화유산분과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논의 중”이라며 “전쟁사 전문가 의견을 추가로 듣기 위해 섭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분과위원은 “당시 129호를 등록한 건 ‘딘 소장 구출에 투입됐고, 기관차를 몬 김재현 기관사가 전사했다’는 이유였다”며 “하지만 관련 문헌과 증언을 보면 129호는 그런 용도로 쓰이지 않았고 김 기관사가 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0년 전쟁기념관 ‘호국인물총서’에도 “김 기관사에게 부여된 수송 임무는 딘 소장 구출과 무관했다”고 나온다.물론 취소 처분이 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손길신 전 철도박물관장은 “단지 보급품 후송용이었다 해도, 129호가 미 특전단을 태우고 전쟁에서 활약했단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며 “등록 내용을 수정하고 등록문화유산으로 유지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당초 첫 심의에서 진위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8년 심의에 참여한 위원에 따르면 여러 문헌에서 다르게 기록된 미카형 증기기관차의 ‘번호’를 두고 당시에도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물로 밝혀져 현재 지정 취소 절차를 밟고 있는 대명률 역시 이를 사들인 소유자가 보물 신청을 하기 2년 전에 국가유산청 누리집에 도난 사실이 공지됐었다. 2016년 심의 과정에서 유물 입수 경위 등을 파악할 여지가 있었단 뜻이다. 이광표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 교수는 “지정 예고제 등 현재 형식적으로 처리되는 절차의 실효를 높여야 한다”며 “관계 기관, 전문가에게 적극적으로 지정 예고 사실을 알려 오류를 잡아낼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안건별로 분야를 세분화해 외부 전문가 영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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