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용산 아파트만 규제 묶여
한남동 고급 빌라·송파 시그니엘 등 반사이익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 24일부터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아파트 약 2200개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용산 고급 빌라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세대와 연립 주택 등은 이번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용산 한남동은 강남 아파트 못지않게 자산가들에게 선호 주거지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시내 연립·다세대주택 거래 가격 상위 7곳은 모두 용산구에 위치한 주택으로 확인됐다. 상위 8곳의 거래가는 최저 25억원부터 시작한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 소재 아파트 약 2200개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아파트 외에 빌라 등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에 선호 주거지에 위치하지만 아파트로 분류되지 않은 주택의 경우 이번 규제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거래 가격이 가장 높았던 상위 3개 주택은 모두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고급 주택이었다. 거래가 1위는 유엔빌리지 초입에 위치한 한남유림빌라다. 이 주택의 한 가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실시된 지난 24일 50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거래가 2위는 전 가구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유엔빌리지 내 고급 연립주택 상월대로, 이달 48억2000만원에 한 가구가 거래됐다. ‘달을 감상하는 집’이라는 뜻을 지닌 ‘상월대’는 유명 건축가 승효상 씨가 대표로 있는 이로재종합설계에서 설계를 맡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밖에도 거래 가격 상위 4~8위는 모두 용산구 동빙고동과 주성동에 위치한 다세대주택으로 확인됐다. 거래 가격은 25억5000만원에서 38억원 사이다. 이들은 모두 한남뉴타운 내에 위치한 재개발 대상지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뉴타운은 1~5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1구역을 제외한 2~5구역 사업에 속도가 붙어 향후 신축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높다. 다만 관리처분인가 이후엔 ‘입주권’으로 분류돼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대상이 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현재 한남뉴타운 중엔 3구역이 유일하게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상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시그니엘 레지던스도 이번 규제의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오피스텔로 분류돼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 레지던스의 최근 거래 가격은 전용 200㎡ 기준 84억원에 달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도심 지역에 광범위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지정하면 규제 유무에 따라 시세 차이만 벌어지고, 장기적으로 재산권 침해 논란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