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야심 차게 개발하던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후보 'BBT-877'의 임상 2상에 실패한 뒤 주가가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내년에 상장적격성실질심사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미 기술특례상장의 기간이 끝난 이후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 기준을 2년 연속 미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어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BBT-877의 임상 2상 실패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지난 15일부터 지난 18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밀려나 해당 기간 75.89% 폭락했다. 이달 14일 8960원이던 주가는 18일 2160원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연속 하한가는 국내 바이오주 중에서는 최장 기록이다. 국내 증시 전체의 최장 하한가 기록은 영풍제지의 6거래일(2023년 10월26일부터 11월2일까지)이다. 불공정거래 의혹으로 2023년 10월19일 거래가 정지됐다가 해제된 후 주가가 급락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최장 기록에 근접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았는데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아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브릿지바이오의 거래량은 17만7100주로, 첫 하한가를 기록하기 직전 거래일인 14일(98만4296주)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급락의 배경은 BBT-877의 임상 실패다. 이달 14일 발표된 임상 2상 결과는 1차 평가지표의 유효성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입증하지 못했다. BBT-877을 투여한 환자군과 위약을 투여한 환자군 사이에서 치료 효과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제는 브릿지바이오가 BBT-877의 개발에 ‘올인’하다시피 한 회사 운영을 해왔다는 점이다.
레고켐바이오(현 리가켐바이오)가 도출해 2017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로 이전한 BBT-877은 2019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총액 1조46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됐다가, 2020년 11월 반환됐다. 이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자체 임상 개발을 진행해왔다.
한 차례 반환됐는데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BBT-877에 대해 큰 기대를 걸었다. 작년 7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로 임상 개발을 위한 자금 215억원을 조달했다. 두 달 뒤인 작년 9월에는 BBT-877과 함께 개발하던 또 다른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 'BBT-209'의 권리를 원개발사인 샤페론에 반환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입장에선 기대가 큰 BBT-877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 규모가 자기자본의 5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2023년과 작년에 2년 연속으로 미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2022년까지는 기술특례상장의 혜택으로 해당 기준을 적용받지 않았다.
올해 실적에서도 손익을 개선하지 못해 기준에 미달하면 상장적격성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당초 브릿지바이오는 BBT-877의 임상 2상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고 기술수출을 통해 손익을 개선해 관리종목에서 벗어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BBT-877의 임상 2상 실패를 발표한 직후 이 물질에 적용할 다른 적응증(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는 진단)을 개발하거나, 다른 후보물질과의 개발 우선순위를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상장 유지의 불투명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장 올해 손익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지난 18일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현재 시점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가격을 깎아서라도 BBT-877의 기술이전을 모색하는 한편, 개발 중인 또 다른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조기 기술이전 등을 통한 매출 창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제시한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도 나온다. 이미 한 차례 반환된 바 있는 BBT-877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사들일 상대를 올해 안에 찾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작년 말 기준 브릿지바이오의 자본총계는 약 276억원이다. 올해 손실 규모를 138억원 이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