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오현규가 1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6.6.2 뉴스1
한국 축구 대표팀 공격수 오현규(25·베식타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27번째 태극전사’로 불렸다. 26명의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예비 선수’로 한국 선수단에 동행했기 때문이다. 대회 직전 안와골절로 수술을 받은 손흥민(34·LA FC)의 회복이 더딜 경우를 대비한 카드였다.
배정된 등번호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대표팀 동료들을 도왔다. 때로는 응원단장 역할까지 자처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다음 월드컵에선 반드시 주인공이 되겠다는 다짐이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오현규는 공책에 ‘4년 뒤엔 당당히 등번호 18번을 달고 (월드컵에) 오면 된다’고 적었다. 18번은 ‘황새’ 황선홍(58), ‘라이언 킹’ 이동국(47) 등 한국 축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격수들이 달았던 등번호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오현규가 2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6.6.3 뉴스1
‘홍명보호’의 공격수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을 앞둔 오현규는 4년 전의 꿈을 완벽히 이뤄냈다. 지난달 17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데 이어 등번호 18번도 받았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3일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하는 48개국 대표팀 1248명의 최종 출전 선수 명단과 등번호를 공개했다. 한국 대표팀 18번의 주인은 당연히 오현규였다. 오현규는 A매치에서는 지난해 11월 볼리비아전부터 18번을 사용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때 18번을 배정받았던 미드필더 이강인(25·파리 생제르맹)은 이번 월드컵에선 19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다.카타르 월드컵 이후 4년이 흐르는 동안 오현규의 대표팀 내 위상도 달라졌다. 오현규는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57) 부임 이후 A매치 15경기에 출전해 6골을 터뜨리며 팀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오현규는 2025~2026시즌 튀르키예 프로축구 리그에서는 13경기에서 6골을 기록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이자 ‘레전드’로 꼽히는 박지성(45)과 이영표(49)는 나란히 북중미 월드컵에서 가장 기대되는 한국 선수로 오현규를 꼽았다. 이영표는 “오현규는 한국의 이번 대회 첫 골 후보”라고 말했다.
축구대표팀 오현규가 27일(현지 시간) 미국 유타 헤리만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6.05.28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사전 캠프지인 미국 유타주 헤리먼의 자이언스 뱅크 트레이닝 센터에서 만난 오현규는 “4년 동안 매일 열심히 살았던 게 보답을 받은 것 같다. 내가 가진 것 이상을 큰 무대에서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캠프에서 오현규는 여러 루틴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대표팀 버스에서 항상 맨 앞자리에 앉는다. 훈련 중에는 반바지를 접어 올리고, 훈련이 끝난 뒤에는 맨발로 러닝을 한 뒤 상의를 벗고 훈련장을 빠져나간다. 경기를 뛸 때는 항상 오른 손목에 테이핑을 한다. 오현규는 “나만의 루틴이자 비밀이기에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다”면서 “2, 3년 전부터 지켜오던 루틴인데 이제야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으니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근육 부상 여파로 사전 캠프 합류 후 회복에 집중한 오현규는 지난달 31일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평가전(5-0·한국 승)에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현규는 2일부터 대표팀의 모든 훈련을 소화하면서 몸 상태가 완벽하게 회복됐다는 걸 보여줬다. 오현규는 4일 미국 유타주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리는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기는 11일 개막하는 월드컵 전에 치르는 홍명보호의 마지막 모의고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