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우리보다 앞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를 경험했다. 대만은 4년 연속 초과 세수가 쌓이자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했다. 정치적 셈법에 따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만 정부는 지난해 10월 초과 세수 일부를 국민 모두에게 1인당 1만대만달러(약 48만원)씩 현금으로 주기로 했다. 지난달까지 이뤄진 현금 지급에 총 2360억대만달러(약 11조3000억원)가 사용됐다. 대만은 2021년부터 4년 연속 초과 세수가 쌓이며 누적 초과 세수가 1조8707억대만달러에 달했다.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약 8%를 책임지는 TSMC 덕분이다.
반도체가 벌어들인 국부를 전 국민에게 현금으로 나눠준 이면에는 정치가 있다. 진보 성향의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은 보편적 지원금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필요한 곳에 선별적으로 재정을 추가 투입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제1야당 국민당은 “엉뚱한 정부 사업에 돈을 쓰기보다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는 편이 낫다”며 여당을 몰아붙였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포퓰리즘 공세’를 견디지 못한 정부·여당은 결국 백기를 들고 현금 지급을 수용했다.
대만 정부는 다만 “지원금 지급은 일회성”이라며 “재정 흑자는 부채 상환이나 주요 정책 자금을 마련하는 데 사용해야 하며 보편적 현금 지급을 상시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쌓인 잉여현금이 미래 투자보다 정치권의 현금 살포 경쟁 재원으로 흘러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만 사례를 에너지 부국이 겪은 ‘자원의 저주’에 빗대기도 한다. 베네수엘라와 알제리 등은 석유를 발견해 일시적 호황을 누렸지만 물가 상승 등으로 경쟁력이 훼손되는 부작용을 겪었다.
랴오웨이제 뉴욕시립대 교수는 타이베이타임스 기고에서 “정치적 목적의 현금 살포는 국가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비논리적 행위”라고 꼬집었다.
정희원/김일규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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